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여 마련한 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주말 사이 대남·대미 담화를 세 차례 발표하고 비핵화 불가 입장과 대남 적대 노선을 재확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으로 전략적 입지가 강화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공세적인 대외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전날 담화에서 “미·일·한 3개국이 아무리 강변해도 핵보유국으로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 지위를 절대로 변경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 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 목표’가 포함되자 반발한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비핵화 요구에 대해 “주권국가에 위헌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비핵화는 최종적으로 되돌릴 수 없이 종결된 사안”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남 조직인 외무성 10국 대변인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한국의 집권자가 거추장스럽게 쓰고 있던 평화의 가면을 벗어 던졌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무장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을 문제 삼았다.
10국 대변인은 담화에서 “지금껏 입 닳도록 떠들어 온 체제 존중, 적대행위 불추구와 같은 위장 간판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라며 “조선과 아시아 대륙 침략을 위한 미국의 단검이 바로 한국의 실체이고 숙명”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한국 집권자가) 우크라이나 괴뢰들과 속통이 같은 공범이라는 것을 스스로 세계 앞에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이은 중국과의 밀착 관계를 바탕으로 공세적 대외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진영 대결 구도를 부추겨 북·중·러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미국의 단검은 중국을 의식, 우크라이나 공범은 러시아를 의식한 표현”이라며 “반미 블록의 핵심축임을 자처하며 진영 간 대결을 부추기는 가운데 핵 개발을 용인받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러 군사 협력의 불가피성을 정당화하고, 실제 추진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이라고 했다.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판매 승인에 대해 전날 논평에서 “지역 나라들의 응당한 경계와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밀착을 과시한 북한은 오는 19일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체결 2주년을 맞아 북·러 관계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북·러를 연결하는 두만강 자동차 교량의 완공 시점을 19일로 예고한 만큼, 개통식 등 관련 행사가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