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과 이를 추동하는 막대한 투자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2016년 알파고가 바둑으로 인간을 넘어서고, 2022년 챗GPT가 생성형 AI 대중화의 문을 연 데 이어, 이제 AI는 인간의 사고력에 신체 능력까지 갖출 태세다. 연일 쏟아지는 기술적 도약과 천문학적인 투자 소식 속에, 실제 도래할 미래의 모습과 시장의 거품을 구분해내기 어렵다.
AI의 비약적 발전은 관련 산업의 초호황과 동시에 투자를 늘리기 위한 ‘쩐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미국 우주·AI 기업 스페이스X 상장 첫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에 등극했다. 상장을 준비 중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기업 가치도 각각 1조달러 안팎으로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다.
‘조만장자’ 탄생시킨 쩐의 전쟁
삼전닉스 600조 이익의 ‘명암’
AI 거품론·일자리 충격 등 우려
기술 발전에 대한 경로 설정 중요
한국도 내달리는 AI 산업에 올라탔다. AI 데이터센터 등에 필수적인 반도체 공급이 절대 부족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치솟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 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6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정부 예산안의 총수입이 674조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연간 나라 살림 규모에 비견할 만한 수준의 이익을 두 기업이 반도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셈이다. 지난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방한해 회동한 국내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은 이제 메모리 반도체 공급처를 넘어 피지컬 AI, AI 인프라 등 AI 산업 생태계의 주요 테스트베드로 주목받고 있다. 관련 산업 전반이 성장할 여지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멈추는 순간 패배하는 것과 같은 지금의 분위기에 과열과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우선 AI 산업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다. 빅테크 기업이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예상하는 수준으로 AI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등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다.
AI 거품론이 던지는 질문은 사업성과 자본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반도체 기업의 천문학적 이익은 기술 혁신의 성과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라는, 전에는 고민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기업의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요구했고, 다른 많은 노동자의 박탈감을 불러오게 했다. 기업의 초과 이윤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해야 할 단계다.
결국 인공지능 전환(AX)은 지금까지 일하고, 돈을 벌고, 생활하는 방식 전반의 사회적 토대를 새로 규정하는 일이다. AI를 빠르게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서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AI를 도입했을 때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재정의되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을 얼마나 소외시킬 것인지에 대한 대비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AI로 발생한 이윤을 교육, 복지, 주거 등 사회 인프라에 쓸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거나, 노동자들의 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AI 기본소득에 대한 공론화 절차도 시작할 때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반도체가 벌어들이는 전례 없는 이윤과, AI 발전의 속도전을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산업적 측면에서 AI 인프라 선도국으로서의 강점은 지켜나가면서도, AI로 변화할 사회의 토대를 튼튼하게 재설계하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는 <권력과 진보>에서 꼭대기에 있는 거대 기업과, 바닥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테크놀로지의 경로에 미리 예정된 것은 없고, 오늘날 지배층이 만들고 있는 이중구조의 계층 사회와 관련된 어느 것도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AI의 미래 경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공유된 번영이 번지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이윤주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