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소비가 느는 여름이다. 초복쯤이면 평소보다 30% 정도 닭 소비가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초복이면 왠지 삼계탕을 꼭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결과물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생활을 하던 2010년 초반까지는 초복이면 복달임의 대표 음식인 삼계탕을 애써 찾아 먹었다.
치킨, 백숙, 닭가슴살 등 평소에도 닭은 자주 먹는다. 그럼에도 초복에 닭을 안 먹고 넘어가서는 안 될 듯싶은 게 인지상정. 그렇다면 기왕 먹을 거 평소와 다른 토종닭을 먹는 것이 어떨까 싶다. 질기다고 알고 있는 토종닭은 사실 질기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리 알고 있다. 미디어에 노출이 잦은 유명 셰프조차도 “토종닭은 질겨서 요리를 잘해야 해” 말하기도 한다. 잘못 알려진 질기다는 인식이 강해 소비 증가를 막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런 인식이 생긴 것은 폐계 영향이다. 알을 낳기 위해 6개월을 보내고 거의 2년 정도 산 닭은 우리가 평소에 먹던 닭과 다른 식감이다. 크기도 두 배 정도 커, 1㎏ 정도인 보통의 닭과 체급부터 차이가 난다. 치킨, 백숙, 삼계탕 등으로 먹는 육계는 보통 한 달 남짓 사육한다. 24개월 사육한 닭과 식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브랜드 닭이 아닌 시장에서 알음알음 잡아서 팔던 시절에는 토종닭으로 둔갑했다. 그런 닭을 사서 조리하면 당연히 질겼다. 압력솥에서 푹 삶아야 겨우 이가 들어갈 정도였다. 실제의 토종닭을 맛보지 못하고 폐계만 먹었던 이들이 토종닭은 질기다는 인식을 만들어 냈다.
실제 토종닭 식감은 어떨까? 토종닭은 일반 육계보다 한두 달 정도 더 키운다. 육계는 한 달 남짓 어두운 사육장에서 거의 움직임이 없게 하며 사료만 먹여 무게를 키운다. 그렇게 사육한 닭은 무게는 나갈지언정 근육이 생기지 않아 부드럽기만 하다. 비슷한 환경이라도 토종닭은 육질 자체가 다르다. 콜라겐 함량이 육계보다 높아서 씹는 맛이 있다. 감칠맛을 내는 성분도 높다. 즉 고기는 씹어야 맛이듯 씹을수록 가지고 있는 감칠맛을 내준다. 닭 소비의 첨병은 치킨이다. 다양한 치킨이 나온다. 튀김 옷을 벗기고 닭만 먹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특히나 두툼한 가슴살 먹을 때가 그렇다. 퍽퍽함은 ‘단짠’한 양념으로 만든 튀김 옷이 없다면 먹기 힘들다. 토종닭의 가슴살은 육계의 다리 살보다 쫄깃하다. 질긴 폐계 또한 요리만 잘하면 육계보다 맛있다. 닭을 압력솥에 30분 정도 찐 다음 매운 양념에 볶은, 진짜 닭볶음탕은 맛을 보면 별미다. 한 달 남짓 키운 닭과 24개월 사육한 닭은 맛에 있어 차이가 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깊은 맛이 난다.
두 달 정도 키운 토종닭은 압력솥이 필요 없다. 브랜드에서 나온 토종닭은 한 시간 남짓 끓이든 삶든 하면 된다. 튀겨도 되고 구워도 된다. 가끔 딸아이에게 토종닭을 사서 반을 가르고 오븐 구이를 해주곤 한다.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토종닭에는 제주 구엄닭이 있다. 우리나라 재래종 중에서 유일하게 시판하고 있다. 닭의 맛을 기준으로 점수를 준다면 육계가 40점, 토종닭이 70점 그리고 제주 재래종인 구엄닭이 100점이다. 닭이라고 불러도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다. 이번 여름에는 평소와 달리 토종닭을 한 번 찾아 먹어보자. 재료가 좋으면 요리 솜씨가 없어도 괜찮다. 재료가 알아서 맛을 낸다. 이번 여름 복달임은 토종닭으로 해보자. 요리 똥손을 금손으로 만들어 줄 비법이다.
김진영 31년차 식재료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