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전환 가능성 확인
1500도 고로에서 쇳물 채취 위험한 작업, 이제는 로봇이지난 11일 경북 포항 영일만 일반산업단지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안전로봇실증센터에서 포스코가 개발 중인 로봇이 쇳물 샘플 채취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HD현대중 등 로봇 활용
뜨거운 쇳물 샘플 채취·용접 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업 가능
에코프로, 생산성 30% 향상 기대
24시간 ‘다크 팩토리’ 구현 목표
지난 11일 경북 포항 영일만 일반산업단지에 취재진 30여명이 모였다. 산업통상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제조업 인공지능(AI) 전환’, 일명 ‘M.AX’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휴머노이드 같은 ‘피지컬 AI’는 아직 기대에 못 미쳤다. 다만 중국 등 제조강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과 의지를 통해 성공적인 전환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2일까지 이틀간 포항의 포스코, 에코프로와 울산의 HD현대중공업 3곳사업장을 방문했다.
첫 번째 포스코에서는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로봇과 기술을 선보였다. 우선 1500도에 달하는 쇳물이 담긴 뜨거운 고로에서 휴머노이드가 샘플을 채취하고 있었다.
쇳물을 뜨는 매우 위험한 작업인 데다, 매번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떠야 품질 측정 신뢰도가 높아져 작업에 로봇이 인간보다 낫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포스코는 설명했다.
다만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영상에 익숙해진 눈높이에선 부족해 보였다. 크기는 성인의 2배 정도로 거인을 마주한 느낌이었고, 작업자와 비슷한 움직임을 하다 팔이 360도로 돌아가는 것을 보니 기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휴머노이드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철광석 등 제철 재료를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의 고장 여부를 인지해 수리까지 해내는 AI 로봇이었다. 공처럼 생긴 로봇이 와이어를 이용해 쇳물이 담긴 고로 주변을 이동하며 전반적인 상황을 지켜보다가 벨트가 돌아가는 소리를 통해 정상 작동 여부를 인식하고 벨트를 돌리는 롤러의 교체까지 했다. 교체 속도가 매우 느리게 느껴졌지만, 무거운 롤러를 바꾸는 것이라 인간 노동자 4명이 하는 것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고 했다.
최용준 포스코 로봇AI연구그룹 연구위원은 “M.AX는 국책 과제라 포스코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게 없나 고민했다”며 “컨베이어 벨트는 시멘트 사업이나 발전소 등에도 쓰는 시스템이라 판단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용접 로봇’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김경학 기자
울산에 있는 조선소인 HD현대중공업은 ‘러그’ 제작과 용접에 로봇,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었다.
러그는 선박 블록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릴 때 크레인을 블록에 연결하는 고리를 말한다. 선박 건조 과정에서 필수적인 부품으로 배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약 2000개가 사용된다. 블록 등을 만드는 용접에 로봇을 활용하면 입사한 지 1년 된 노동자도 5~10년차 직원 수준으로 용접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의 경우 M.AX를 통해 제조 생산성을 30%가량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에는 제품 기획부터 양산까지 3~5년 걸렸지만, AI로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에코프로는 더 나아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AI가 공정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알아서 24시간 운용하는 ‘다크 팩토리’ 구현이 목표라고 밝혔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한국이 세계에서 2차전지 톱 지위를 유지했는데 최근 중국의 추격으로 냉정하게 보면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중국이 한국을 제친 가장 큰 동력을 인력이라고 봤다. 그는 “2차전지 산업은 여러 명이 큰 노력을 들여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는 산업으로, 누가 더 많은 우수한 개발자나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이 많은 엔지니어를 투입해서 시간을 줄일지, 좋은 품질의 소재 제품을 만들지를 경쟁하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중국은 한국 대비 배터리 관련 산업에 배출 인력이 30배 이상이다 보니 그야말로 융단폭격하듯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 대응하는 데 가장 좋은 솔루션이 AI다. AI를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AI가 수십 명 하는 일을 대신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새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함께 노력해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송 대표는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