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배달라이더·대리기사 등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하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최초의 국제 노동기준을 마련했다.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플랫폼 종사자가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협약이 마련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정부는 조속한 협약 비준을 위해 플랫폼 종사자 보호 수준을 높이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
IL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114차 총회에서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193호)’을 채택했다. 193호 협약은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플랫폼 종사자를 협약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 플랫폼 종사자가 1억5400만~4억3500만명(세계은행 추정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협약 채택으로 수억명의 노동권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협약은 플랫폼 종사자의 작업중지권·사회보험 보장은 물론 플랫폼 기업 알고리즘이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결정을 할 경우 종사자가 설명을 들을 권리를 보장한다. 또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는 ‘앱 계정 정지’를 금지하는 등 세밀하게 보호 조항을 마련했다. 특히 회원국 정부가 근로계약을 맺은 플랫폼 노동자는 물론 위탁계약을 맺은 플랫폼 종사자도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게 조치를 하도록 한 조항도 주목할 만하다. 반면, 한국은 지난 11일 최저임금위원회가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안을 부결시키는 등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약 채택 이전에도 주요국들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방안을 강화해왔다. 스페인이 2021년 플랫폼 종사자에게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법을 만들었고, 미국 뉴욕시·시애틀시 등은 플랫폼 종사자 최저보수제를 시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ILO 협약을 조속히 비준해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 수준을 높여야 한다. 플랫폼 경제의 성장으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는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