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잡것, 잡놈. ‘막되고 상스럽다’라는 뜻의 접두사 ‘잡’이 붙으면 대개 부정적이다. 잡초는 식물학적 분류명이 아니다. 수시로 바뀌는 인간의 유불리에 따라 정해진 통칭이다. 사람들은 이름 모를 풀들을 싸잡아 잡초라고 부르며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논이나 밭은 물론, 잔디밭의 잡초는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이다. 잡초는 제거해야 할 풀로 인식된다.
그러나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잡초의 역할은 중요하다. 잡초는 토양과 곤충, 미생물과 초식동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식물군이다. 잡초의 뿌리는 흙을 단단히 붙잡아 비바람으로 인한 토양 유실을 막아주고, 토양 수분의 증발을 줄여 다른 식물이 정착하는 밑거름이 된다. 또한 곤충에게 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먹이가 되며, 훼손된 환경을 회복시키는 선발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1968년 통일혁명당 간첩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신영복은 20년을 복역한 뒤 출소했다. 감옥이라는 극한의 생활 속에서 길어 올린 그의 글은 깊은 성찰을 전한다. 죄수들의 사역 중에는 잔디밭의 잡초 뽑는 일도 있었다. 잡초가 감옥에서 무슨 몹쓸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잔디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뽑혀 나갔다. 그는 잡초를 뽑으며 백인들 속에서 흑인을 솎아내던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와 게르만족 중에서 유대인을 골라내던 아우슈비츠를 떠올린다.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잡초가 된’, 그리고 ‘아무도 심어준 사람이 없는 풀’ 잡초를 뽑으며, 그는 아름다움과 생명이란 무엇인지 생각하며 뜻을 되새긴다.
감옥을 무문관(無門關) 삼아 장구한 세월을 용맹정진한 끝에 체득한 그의 뜻과 글은 깊은 공명을 준다. 내 책장 한쪽에 꽂혀 있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은 그가 출소하던 해인 1988년에 출간된 책이다. 표지에는 ‘검열필’이라는 도장이 낙인처럼 선명히 찍혀 있다. 그는 잔디가 아니라 잡초였다. 이 사회에서 쓸모없으니 뽑혀 없어져야 할 잡초. 그러나 그는 밟히고 짓눌릴수록 더 깊이 뿌리내리는 잡초의 정신으로 수십 년을 버텨냈다.
이제 그가 두려워했던 여름이 왔다. 비좁은 감방에서 바로 옆 사람을 미워하는 형벌. 지난겨울, 추위를 견디며 원시적 우정을 나눴던 바로 그 사람을 증오하게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의 고의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서 비롯된 일이기에 더욱 절망했던 신영복. 그는 ‘훼손된 환경을 회복시키는 선발대’ 역할을 한, 잔디 속 잡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