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민선 7기 시절인 2019년 7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노동국을 신설했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는 “노동이 존중받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그 계보는 민선 8기 김동연 경기지사까지 이어졌다.
‘노동 존중’을 앞세운 경기도는 선도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전국 최초로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나섰으며, 앞장서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사업도 시행했다. 김동연 지사는 최근 ‘시효가 끝나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과 별개로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며 소방관 미지급 수당을 모두 지급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행보는 그간의 노력을 거꾸로 되돌리는 듯하다. 최근 경기도가 제작·배포한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생협력 매뉴얼’(상생협력 매뉴얼)에는 사용자성을 회피하는 방법이 적힌 문구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경향신문 2026년 6월11일자 보도)
노동자들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 매뉴얼 폐기를 즉각 요구했지만, 경기도는 반박 자료까지 내며 ‘오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법 시행 초기 불확실성이 있으니 일관되고 신중하게 절차를 처리하기 위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매뉴얼에는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않는 방법이 10페이지에 걸쳐 상세하게 서술돼 있다. 경기도가 말하는 ‘신중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절차’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노동자를 향한 명백한 기만이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은 진짜 사용자가 누구인지 가리기 위함이다. 계약이라는 형식적인 틀 뒤에 숨어 사용자들이 누릴 것은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을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법인 만큼 아직 법원 판단도 나오지 않았다. 노란봉투법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아직 열려있는 영역이다. 반박자료에서 “향후 판정례와 판례가 축적되는 대로 이를 반영해 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경기도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상생협력 매뉴얼에는 다른 내용이 담겼어야 한다. 사용자로 인정받지 않는 방법을 설명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사용자인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와 관련한 해석을 내놓았어야 한다. 사용자성을 회피하는 방법만 나열한 채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공허하기만 하다.
민선 8기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노동 존중’ 경기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노동 기만’ 경기도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경기도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