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연 ‘1.0%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1995년 이후 3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세계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오는 7월 한국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연 0.75% 정도’에서 ‘1% 정도’로 올린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마침표를 찍고 연 0~0.1%로 올린 뒤, 같은해 7월 0.25%로, 지난해 1월 0.5%로, 지난해 12월 0.75%로 시차를 두고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일본은행이 6개월간 숨 고르기를 하다 이번에 인상을 단행한 것은 중동 전쟁이 촉발한 고유가로 인해 물가 상승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해왔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올리면서 “물가 상승률이 연 2%의 물가 안정 목표를 넘어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물가·금융 상황에 따라 계속 정책금리를 끌어올린다”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무라증권은 일본은행이 추가로 반년마다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려 1.5%에서 인상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이 시장에 준 충격파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전에 금리 인상이 예측된 영향이 컸다.
또한 일본은행이 내년 4월부터 일본 국채 매입량을 더는 줄이지 않고, 매달 2조엔(약 18조8000억원)씩 사들이겠다고 완화책을 내면서 금리 인상의 충격을 흡수했다. 시장에서는 2024년처럼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인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 자금이 청산되는 등의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화 강세로 엔·달러 환율이 내리면, 원·달러 환율도 함께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엔화와 원화가 비슷하게 가는 동조 흐름을 보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에서 일본과 한국을 묶어서 보는 경우가 많다. 지난번 일본이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일부 내려간 이유”라며 “이번에도 원·달러 환율을 내리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다음달 16일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많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호주와 노르웨이가 인상을 단행했고, 지난 11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예금 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0.25% 인상했다. 약 3년 만에 금리 인상으로 기조를 전환한 것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세 차례나 공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2일 한은 창립 76주년 기념사에서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김 교수는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의 괴리가 크고, 물가와 환율이 높아서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라며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이 인상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