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점장으로 일한 장수련씨 인터뷰
폐점 5년 만에 재개점 준비 중
“서점 다운 서점에 대한 갈망 커져…
좋은 책 소개하는 안식처 꿈꿔”
과거 불광문고 독자였던 김윤이 작가가 그린 그림으로 만든 엽서. 장수련 제공
오랜 시간 지역 주민과 독자의 사랑을 받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지역서점 불광문고가 폐점 5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불광문고 수련점 점장 장수련씨는 불광문고 재개점을 준비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과거 불광문고는 문구 매장을 포함해 760㎡(230평) 규모로 서울 은평구 불광역 부근에 있었다. 새로 여는 불광문고 수련점은 198㎡(60평), 역말사거리에 위치한다. 가오픈 예정일은 26일이다.
불광문고는 1996년 문을 열어 사랑받은 지역 서점이다. 학교 앞 서점이 전부였던 지역에서 처음으로 단행본을 대거 취급했다. 창작동화, 그림책 등 덜 팔리는 어린이책을 앞세워 진열했다. 소규모 출판사 매대를 따로 마련하고, 베스트셀러 매대에는 순위를 붙이지 않았다. 작가 초청 등 행사를 열어 지역민과 소통했다. 불광문고는 독서인구 감소, 대형·온라인 서점의 득세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주민들의 아쉬움 속에 2021년 문을 닫았다.
2021년 폐점한 불광문고의 서가.
2021년 9월 폐점한 서울 은평구 불광문고 입구에 폐업 소식을 전하는 펼침막과 직원들의 편지가 걸려 있다.
불광동 토박이 장씨는 폐점할 때까지 22년간 불광문고에서 일했다. 지난 5년간 다른 일을 하면서도 동네를 걷고 또 걸으며 서점 자리를 물색했다. 지난해 10월 최낙범 불광문고 대표가 세상을 떠나자 ‘서점다운 서점’에 대한 열망이 다시 싹텄고, 이번 재개점에 이르렀다. 장씨는 “사람들의 일상과 삶을 바꿔내는 힘을 가진 책을 가려 뽑아 소개한다는 것은 참 근사하고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점 면적이 줄어들었기에 많은 책을 진열하기보다는 오래 소개하고 싶은 책을 알리는 데 목표를 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과 이야기’인지가 책 선별의 기준이다. 책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쉽지 않기에 카페 공간도 만들었다. 재개점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책을 담을 수 있는 장바구니를 제작했고, 불광문고 단골인 그림책 작가 김윤이씨가 그린 그림엽서도 준비했다. 서랍 속에 남아 있던 과거 불광문고 쿠폰을 가져오면 사용할 수 있는 이벤트도 연다.
다만 지역서점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2021년 불광문고가 문을 닫게 한 원인은 여전하다. 지역서점은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보다 책을 비싸게 공급받아 가격 경쟁이 어렵다. 대형·온라인 서점은 10% 할인, 5% 적립에 각종 카드사와 통신사 제휴 할인도 추가 제공한다. 장씨 같은 지역서점 경영자들이 모든 도서의 할인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도서정가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다. 장씨는 “서점은 할인 경쟁이 아니라 어떤 책을 소개하는지, 어떤 공간을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불광문고가 문을 닫을 때 독자들이 ‘이별나무’에 남긴 메시지를 보면 ‘영혼의 안식처’ ‘치유의 공간’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새로 문을 여는 공간도 좋은 책을 소개하는 공간인 동시에 안식처 같은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점을 준비중인 불광문고 수련점 내부 모습. 장수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