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초대형 유조선 디오나호가 16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오만만 인근에서 항해 중이다. 지난 4월 미국의 봉쇄 시작 후 첫 통과 사례라고 WSJ는 전했다. 마린트래픽 캡처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 합의에 따라 이란이 즉시 원유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합의 내용을 아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의 원유·연료 수출에 대한 제재 면제 조항이 이번 주 협정 서명과 동시에 즉시 효력을 발휘하며, 거래를 위한 금융·운송·보험 서비스 제재도 함께 해제된다고 전했다.
이미 이란 유조선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란 핵비확산 비영리단체 UANI에 따르면, 이란 초대형 유조선 디오나호가 이날 차바르항을 출발해 미국의 봉쇄선을 통과한 뒤 오만만을 항해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미국이 봉쇄를 시작한 이후 첫 통과 사례다. 직후 또 다른 초대형 유조선 히어로II호도 봉쇄선을 넘었다.
WSJ는 양해각서(MOU) 초안에 원유 수출 허용 외에도 추가 협상을 전제로 한 포괄적 제재 해제, 동결 자산 환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건 지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이란은 재건·개발 기금으로 3000억 달러(약 414조원) 규모를 논의 중이라고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밝혔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이 기금에 직접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이란이 선제적으로 원유 판매 제재 해제 혜택을 얻더라도, 지속적인 제재 완화는 이란의 실질적 이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 프로그램 협의에서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이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 1000억 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동결 자산에 대한 즉각적 접근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이 관리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유 수출 허용이 미국이 이란에 내준 핵심 카드이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파르진 나디미 워싱턴재단 이란 전문 선임연구원은 “백악관은 이런 종류의 당근이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출신의 시마 샤인은 “봉쇄가 풀리면 이란이 어차피 원유 밀수를 재개했을 것”이라며 “합법화해서 이익을 취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