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여론조사 무용론’이 다시 제기됐다. 그러나 여론조사 역시 통계 기법에 기대고 있는지라 실제와의 불일치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번처럼 전체 유권자를 충분히 대표하지 못한 ‘편향된 표본’은 아무리 정교한 통계 기법을 적용하더라도 결과를 빗나가게 만든다.
<통계라는 이름의 거짓말>의 저자 조엘 베스트는 통계를 객관적 자연 법칙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와 방식 속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산물로 본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의 저자 대럴 허프 역시 ‘숫자’ ‘평균’ ‘그래프’ ‘표본’이 쉽게 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숫자를 고르고 묻고 보여주는 사람은 얼마든지 착시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현상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직결된 교육과 입시 영역에서도 이러한 통계의 함정은 어김없이 반복된다. 최근에 높은 고등학교 자퇴율을 2028 대입 개편안의 ‘내신 5등급제’와 곧바로 연결한 해석이 나왔다. ‘내신 5등급제 때문에 자퇴율이 늘었다’는 주장이다. 등급 구간이 넓어진 내신 5등급제로 경쟁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상위권 학생은 오히려 ‘1등급을 놓치면 큰일 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일반고 상위권 일부는 내신에서 확실한 우위를 선점할 수 없다면 자퇴 후 수능·검정고시 체제로 가겠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맥락 고려 없이 단정하는 건 위험하다. 물론 내신 5등급제가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자퇴 심리를 자극했을 수는 있지만 실제 자퇴율은 제도 시행 이전부터 증가하고 있었다. 고교 학업중단율은 2020학년도 1.1%에서 2021학년도 1.5%, 2022학년도 1.9%, 2023학년도 2.0%, 2024학년도 2.1%로 꾸준히 높아졌다. 반대로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3~8월 고1 자퇴생은 7056명(1.7%)으로, 2024학년도 같은 기간 8476명(1.9%)보다 오히려 적었다. 이처럼 자퇴율이라도 비교 기간과 대상, 산출 방식에 따라 결론은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내신 5등급제가 자퇴율을 높였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미 커지고 있던 탈학교·정시 중심 전략 선택을 일부 자극했다’는 표현이 더 알맞다.
이러한 통계의 착시는 대학 입시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얼마 전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는 2026학년도 입시 결과가 게시됐다. 수험생들에게 실효적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때도 통계의 함정은 존재한다. 대학들은 전년도 합격자 점수를 발표할 때 대학별 환산 점수와 환산 등급의 50% 컷, 70% 컷을 공개한다. 학생부전형에서 50% 컷은 최종 등록자 중 교과성적순으로 중간에 해당하는 학생의 점수이고, 70% 컷은 100명 중 70등에 해당하는 점수다. 이는 결코 대학의 종합적인 서류 평가나 심층 면접 등을 모두 합산한 전체 순위의 50%, 70%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숨겨진 데이터’에 있다. 대학들은 대체로 문을 닫고 들어온 마지막 합격자의 최저점이나 점수의 분포 정도인 ‘표준편차’도 공개하지 않는다. 50% 컷에 해당하는 학생이 일반고 출신인지,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인지와 같은 배경 정보도 알기 어렵다.
쉽게 말해, 학생부전형의 50% 컷이 ‘3등급’이라고 해도 그게 실제 3등급 학생이 합격권이라는 뜻은 아니란 것이다. 50% 컷에 해당하는 학생이 비교과에서 점수를 더 받은 내신 3등급의 특목고 학생이라면 비교과 점수가 낮은 일반고 3등급 학생은 위 통계만 믿고 있다가는 합격하지 못할 테다. 단순히 숫자만 보고 합격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처럼 세부적인 기준들을 하나로 통일하지 않은 채 수치만 비교하면 잘못된 입시 전략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럴 허프는 통계를 볼 때 다섯 가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가 발표했는가, 어떤 방법으로 산출했는가, 빠진 데이터는 없는가, 결론이 엉뚱하게 바뀌지는 않았는가, 그리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여론조사뿐 아니라 입시 통계에도 유효하다. 통계는 현실을 보여주는 창(窓)이지만 현실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파고드는 ‘합리적 의심의 힘’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