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레즈비언의 이판사판 이장 선거판 … ‘이반리 장만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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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 10일 개봉한 <이반리 장만옥>은 퀴어 영화'치고' 웃긴 게 아니라 순수하게 웃음 타율이 높은 코미디 영화다.

이 감독은 "지역에 사는 퀴어 청소년은 대도시보다 훨씬 소외되기 쉽다"며 "재연에게 만옥이 선물처럼 뚝 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만옥에게는 서울의 퀴어 공동체가, 20년간 싸우면서도 함께해 온 파트너 '금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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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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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리 장만옥>에서 ‘만옥’(양말복)이 이장 후보가 되어 유세 활동을 하고 있다. 인디스토리 제공

중년 레즈비언의 이판사판 이장 선거판 … ‘이반리 장만옥’

입력 2026.06.19 11:41

  • 플랫팀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웃긴 퀴어 영화가 왔다. 지난 10일 개봉한 <이반리 장만옥>은 퀴어 영화‘치고’ 웃긴 게 아니라 순수하게 웃음 타율이 높은 코미디 영화다.

서울에서 화려하게 살던 중년 레즈비언 ‘만옥’(양말복)은 돌연 고향 마을에 내려가 살기로 한다. 그의 귀환에 충청도의 시골 마을 ‘이반리’가 발칵 뒤집힌다. 만옥이 레즈비언이어서? 아니다. 만옥이 쩨쩨한 마을 이장 ‘철주’(박완규)의 전 부인이어서다.

<이반리 장만옥>에서 ‘만옥’(양말복)이 이장 후보가 되어 유세 활동을 하고 있다. 인디스토리 제공

<이반리 장만옥>에서 ‘만옥’(양말복)이 이장 후보가 되어 유세 활동을 하고 있다. 인디스토리 제공

철주는 농촌에서 힘이 센 이장의 권력을 휘두르며 조용히 살고 싶은 만옥의 앞길을 사사건건 방해한다. 참고만 있을 만옥이 아니다. 타이밍 좋게도 곧 이장 임기가 만료된단다. “확 내가 그냥 이장 한번 되어 봐?” 이판사판 선거판이 펼쳐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이자 <굿 마더>, <나들이>, 등 단편으로 퀴어 서사를 탐구해 온 이유진 감독(35)의 장편 데뷔작이다. “사회적 소수자가 주인공인 영화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봉 당일인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이 말했다.

<이반리 장만옥>의 친구 ‘선아’(색자)와 오랜 연인 ‘금자’(김정영)가 이반리로 향하고 있다. 인디스토리 제공

<이반리 장만옥>의 친구 ‘선아’(색자)와 오랜 연인 ‘금자’(김정영)가 이반리로 향하고 있다. 인디스토리 제공

다루는 소재는 가볍지 않다. 성 소수자에게 꺼림칙한 시선을 보내는 사회적 분위기나 농촌 사회의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면모가 녹아 있다. 하지만 구구절절하지 않다. 이 감독은 장면 하나, 대사 몇 줄로 그 배경을 ‘알 것 같게’ 보여준다.

만옥이 운영하는 레즈비언 바 ‘래인보우’를 배경으로 한 첫 장면에서부터 만옥이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매년 설날즈음 바에서 파티를 연다. 가족과 소원해진 퀴어 친구·후배들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왕언니’다운 듬직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가 ‘20년간 그래왔듯 올해 퀴어 축제 뒤풀이도 당연히 이곳에서 할 것’처럼 말하자 젊은 집행부들은 난감해한다. 레즈비언 선배가 없던 시절 힘들었던 얘기를 하며 “너희 정도면 인생 편하게 사는 것”이라 말하는 만옥은, ‘꼰대’다.

이 감독은 “만옥은 정체성 고민은 한참 지나온, 열심히 퀴어의 삶을 꾸려온 인물”이라며 “그 역사를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 무지개를 두른 가게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만옥은 고향 마을에 내려와서 같으면서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저를 공격하는 오빠나 전 남편에게는 이를 드러내지만, 어르신들 앞에서는 순하게 꼬리를 내린다. “꼰대는 자기보다 더 웃어른한테는 잘해야 하거든요. 성 소수자 커뮤니티의 세대 갈등이 특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보다 보편적인 중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만옥은 완벽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는 어른이다. 특히 지정 성별은 여성이었으나 자신을 남성으로 정체화한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 ‘재연’(성재윤)에게 그렇다. 이 감독은 “지역에 사는 퀴어 청소년은 대도시보다 훨씬 소외되기 쉽다”며 “재연에게 만옥이 선물처럼 뚝 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만옥에게는 서울의 퀴어 공동체가, 20년간 싸우면서도 함께해 온 파트너 ‘금자’(김정영)가 있다. 이제 막 정체성 탐구를 시작한 재연의 앞길을 외롭지 않게 지켜줄 이들이다.

<이반리 장만옥> 속 ‘재연’(성재윤)이 자신의 아지트에서 춤을 추고 있다. ‘만옥’(양말복)은 그 뒤에 숨어 재연을 지켜보고 있다. 인디스토리 제공

<이반리 장만옥> 속 ‘재연’(성재윤)이 자신의 아지트에서 춤을 추고 있다. ‘만옥’(양말복)은 그 뒤에 숨어 재연을 지켜보고 있다. 인디스토리 제공

배우 성재윤은 FTM 트랜스젠더 당사자이기도 하다. 만옥·금자의 오랜 친구인 ‘선아’는 1세대 MTF(지정 성별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한 사람·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 퍼포머 색자가 연기했다. 이 감독은 “트랜스젠더는 정체성 그 자체라 비당사자 배우가 맡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갔다”며 섭외 때부터 이 배역은 당사자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실제로 두 분의 연기에는 삶이 녹아 있었어요.”

청소년이 볼 만한 퀴어 영화가 적다는 생각에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했다. 당사자들이 보면서 울지 않기를 바랐기에 슬픈 장면이 치고 올라오는 틈새에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장면을 끼워 넣었다. 충청도 사투리를 하는 고향에서 만옥은 “치사한 것보다는 뻔뻔한 게 낫쥬”라며 너스레를 떨다가 “지가 진짜루 잘허고 싶어유”라며 이장 출마 의지를 불태운다. 양말복 배우는 강단이 있고 명랑하면서도 여리기도 한 만옥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연기해 낸다.

이유진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과 양말복, 성재윤 배우 등 <이반리 장만옥> 팀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제27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 이 감독은 10일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했다면, 이번에는 홍보의 마음도 있으니 쑥스럽기도 하다”며 “영화 슬로건 부채를 나눠드리면서 배우 및 제작진들과 신나게 다녀올 것”이라고 했다. 인디스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유진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과 양말복, 성재윤 배우 등 <이반리 장만옥> 팀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제27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 이 감독은 10일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했다면, 이번에는 홍보의 마음도 있으니 쑥스럽기도 하다”며 “영화 슬로건 부채를 나눠드리면서 배우 및 제작진들과 신나게 다녀올 것”이라고 했다. 인디스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당당히 표출하는 이들이 많아진 사회에서 찬란한 무지개 깃발을 더 힘차고 유쾌하게 흔드는 영화다. 이 감독이 “웃음은 편견이나 무관심을 이겨낸다고 믿는다”고 했다.

개봉 1주 차 GV(관객과의 대화)가 전석 매진되는 등 반응이 좋지만 상영관이 많이 잡히지 않아 아쉬움도 있다. 이 감독은 “극장에서 옆사람들과 함께 깔깔 웃다가 집에 갈 때면 뭉클해지는 영화”라며 “상영관이 몇 개가 남든 이 영화를 계속 시끄럽게 만들 생각이다. (지치지 않는) 만옥이처럼 다가가겠다”고 전했다.

▼ 전지현 기자 jhyu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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