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모습. 문재원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과 사내 대출로 내년까지 50조원 넘는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상승세가 뚜렷해지는 수도권 집값에 반도체 호황이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성장의 혜택이 자산을 보유한 이들에게만 돌아가고 대다수 서민은 집값 상승 등으로 고통받는다면 역대급 호황의 의미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체로 퍼질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성과급이 실제로 지급되고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고 했다. 실제 대표적 ‘반도체 벨트’ 지역인 경기 동탄 아파트 시장은 성과급 지급 이전인데도 이미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동탄 아파트값이 크게 뛰자 집주인이 계약금을 배로 물어주고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올해 실적을 토대로 지급할 성과급, 무주택 직원에게 지원하는 사내 대출 등 부동산 대기 자금이 약 53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수십조원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면 불로소득이 급증하면서 반도체 호황의 온기는 아랫목에만 머물게 된다.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9000을 넘어선 코스피 지수,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등 역대급 호황이 되레 자산소득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코스피가 곧 내 시급보다 높아질 것 같다”는 자조가 나오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산 불평등 확대는 당장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반도체 호황이 오히려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달 세법개정안에서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세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 실장도 언급했듯이 보유세 인상만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주식시장 양극화는 사실 심각한 자산 양극화를 부른다”고 했다.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개인 투자자 반발을 우려해 미뤄온 금융투자소득세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과세 정상화뿐 아니라 초과세수 등 반도체 호황의 성과를 공유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서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