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귀족적이요 부르주아적이라 할 것 같으면 참외는 평민적이요 프롤레타리아적이다. 무슨 명물 무슨 명물 하여도 여름의 명물은 참외일 것이다.”
‘별건곤’ 1928년 7월호 ‘참외로맨스’의 한 대목이다. 저 도저한 생활의 실감이라니. 참외는 이만한 한국어 문장을 낳은 존재이다.
문헌을 더 펴자. 유중림(1705~1771)의 <증보산림경제>에 따르면 참외는 “껍질과 과육이 청록색인 것, 혹은 금박무늬, 혹은 개구리무늬 찍힌 것으로서 크기가 작은 것이 좋은 품종”이었다. 이옥(1760~1815)은 “속칭 ‘참외’란 아이들이 지독히도 좋아하는 것(俗稱眞瓜, 而兒輩之所酷嗜者也)”으로 요약했다.
대표 품종으로는 꾀꼬리참외(甛瓜)·개구리참외(蝦甛瓜)·수청참외(水甛瓜)·쇠뿔참외(牛角甛瓜)를 손꼽았다. 크기가 작고 사과 풍미가 감도는 평안도의 사과참외(沙果種)는 독특한 품종으로 따로 기록했다. 사과참외는 20세기까지도 이어진 이름이다. 해방 전 자료 속 ‘강서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평안도 강서 지역 특산의 참외를 강서사과라고 했다. ‘참외로맨스’에도 이옥의 글에 이어지는 이름이 있다. ‘참외로맨스’에 따르면 개구리참외는 겉이 얼룩덜룩하고, 꾀꼬리참외는 노랗고, 먹통참외는 검다. 감참외는 속이 감처럼 붉고, 별자감참외는 감참외보다 붉다. 술통참외는 길고, 배꼽참외는 배꼽이 쑥 나와 있다. 수박참외는 둥글다. 이 가운데 개구리참외는 오늘날에도 보인다.
그러다 세상도 참외도 싹 다 바뀌었다. 노랑 소형 럭비공-현대 한국 참외는 이렇게 요약할 만하다. 그 연대기의 서막에 ‘은천(銀泉)’이 있다. 1957년 일본에서 은천 참외가 들어온다. 은천은 노랑 바탕에 흰 골이 있는 노지 재배 참외이다. 한국인은 은천에 전통적인 농사 감각과 한국인의 기호를 덧붙여 참외를 재구성했다.
이를테면 경상북도 성주 지역은 1960년대 초반 참외 재배에 본격적으로 나서, 1970년 은천의 상업 재배를 시작한다. 육종도 결실을 보았다. 1975년 중앙종묘는 비닐하우스 농사에 보다 어울리는 ‘신은천’을 내놓았다. 은천도 계속 몸을 바꾸었다. 1985년 공식적으로 품종등록된 흥농종묘의 ‘금싸라기은천’은 완전히 한국화한 품종이자 거의 모든 현대 한국 참외의 조상이다.
예컨대 2003년 농우바이오가 내놓은 오복꿀참외의 바탕이 금싸라기은천이다. 뒤이은 참사랑꿀·부자꿀·꿀사랑·스마트꿀 등 ‘꿀’ 자 돌림 참외의 바탕은 오복꿀참외이다. 이 연대기와 비닐하우스 연대기가 일치한다. 이제 4~5월쯤 모종을 심어 7월 이후 거두는 한여름 노지 참외는 없다. 오늘날 참외는 10월 중순~11월 상순에 씨 뿌리고, 12월 상순~1월에 모종을 심어, 이듬해 2월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일체가 시설에서 이루어진다.
한국이 치고나가는 동안 일본은 멜론에만 홀려 참외는 잃어버렸다. 오늘날 참외는, 온 지구를 통틀어 한국산이 최고이다. 참외의 영어명 ‘코리안 멜론’은 ‘오리엔탈 멜론’을 밀어내고 있다. 저 연대기와 저 노랑이 새삼스럽다. 사라진 재래종과, 석유에 절대로 의존하는 현실과, 농업용 합성수지 필름과, 시설원예용 지지대까지 아울러 새삼스럽다. 지금까지는 멋지게 해냈다. 그다음은? 그다음 기획이 절실한 순간이다. 한국 당대사에 부치는 감상은 참외로도 벋는다.
고영 음식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