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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JTBC 위기가 공영방송에 던지는 화두

입력 2026.06.21 20:13

수정 2026.06.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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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가 계열사들과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무리한 스포츠 중계권 확보와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가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디어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심의 시청 행태 확산, OTT의 급성장, 전통적 TV 광고시장의 붕괴는 국내 방송산업 전반이 직면한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민영방송은 수익성 중심의 구조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제작비는 상승하는 반면 광고와 콘텐츠 판매 수입은 감소하면서 공익성보다 시장성이 우선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 논리만으로는 민주적 공론장을 형성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콘텐츠를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 극단적 사회 분열, 저출생, 불평등, 기후위기, 노동, 혐오와 차별 같은 사회적 의제들이 대중적 논의에서 점차 주변화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적 의제는 드라마와 예능 같은 대중적 장르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뤄질 때 더 큰 공감과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BBC의 장수 드라마 <EastEnders>는 대표적 사례다. 이 작품은 가정폭력, 중독, 정신건강, 인종 문제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일상의 서사 속에 녹여냈다.

그러나 민영방송은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성이 낮은 공공적 콘텐츠는 제작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 결국 이러한 영역을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주체는 공영방송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영방송 역시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KBS는 2025년 99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수신료와 광고, 콘텐츠 판매 수입이 모두 감소했다. MBC 역시 광고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256억원의 적자를 냈다. EBS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능 교재 판매 등 출판 부문의 비중이 높다.

최근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추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 구성될 이사회가 국민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장을 선임하게 된다면 정치적 독립성과 국민 참여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안정적인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은 구조적으로 제약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은 이미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춰 공영방송 재원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영국은 BBC 수신료 개편을 논의 중이며, 독일은 텔레비전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가구가 방송분담금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수신료를 폐지하고 조세 재원으로 전환했으며, 북유럽 국가들은 목적세나 소득연동 특별세를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 방식은 다르지만 공영방송을 시장 압력으로부터 일정 부분 분리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려는 방향이라는 점은 같다.

공영방송 개혁은 정치적 독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방송사의 경영 위기는 단순한 기업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공공재로서 미디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이다. 이제 공영방송 재원 문제는 국민적 참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재원의 법적 성격, 산정 주체와 과정, 징수 대상, 배분 방식 등을 포함해 제도 전반을 새롭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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