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어메이징 타일랜드’
유려하고 섬세한 표현의 ‘걷는 부처’ 등
태국 대표 문화유산 239점 선보여
2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 언론공개회에서 한 관람객이 태국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걷는 부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자한 미소의 금빛 불상과 알록달록 타일로 장식된 사원. 태국은 한국인 관광객 186만명(2024년)이 찾을 정도로 친숙한 나라지만, 태국 미술이라고 하면 막연히 화려하다는 이미지 정도만 떠올리게 된다. 올여름 방콕에 가지 않고도 태국 미술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방콕국립박물관을 비롯한 21개 국립박물관의 조각·회화·공예 등 태국 대표 문화유산 239점을 한데 선보이는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을 오는 23일부터 9월6일까지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태국의 역사와 미술을 종합적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명하는 전시다. 동남아시아 한 국가를 기획전시실에서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태국(Thailand)은 말 그대로 타이인의 나라다. 전시는 태국의 역사를 처음 접하더라도 따라가기 쉽도록 연대기적으로 구성했는데, 오늘날 태국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타이족 왕국이 등장하는 13세기를 기준점으로 잡아 세 부분으로 나눴다.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 전시 전경. 연합뉴스
타이족 왕국이 들어서기 전 태국 땅에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했다. 정교하게 장식한 청동기와 붉은 기하학무늬 토기, 인도에서 온 장신구, 지중해 지역에서 온 로마식 램프 등을 통해 이 지역이 동서 교류의 중심지였음을 엿볼 수 있다. 인도에서 들어온 불교와 힌두교 등 종교, 문자 체계, 왕권 개념이 각 지역의 문화와 결합하며 이후 태국 미술의 밑거름이 된다.
13세기 이후 타이족이 세운 수코타이(1238~1348), 란나(1292~1775), 아유타야(1351~1767) 왕국의 고전 문화는 종교와 무역, 왕권이라는 주제로 살펴본다. 이번 특별전의 대표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걷는 부처’가 14세기 수코타이의 불교 미술이다.
‘걷는 부처’는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하늘에 올라가 설법한 뒤, 세 개의 보배로 만든 계단으로 지상에 내려왔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왼손은 가슴 높이로 들고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린 채 왼발을 내딛으며 우아한 자세로 걷는 모습이다. 청동으로 만들었는데도 발목 위에 걸친 옷자락의 유려한 곡선, 옷 위로 드러나는 몸의 윤곽까지 묘사해 수준 높은 솜씨를 보여준다.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부처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 이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반가사유상이 놓인 ‘사유의 방’을 떠올리게도 한다. 다양한 자세와 크기의 불상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가면, 시선이 점차 안쪽으로 모이다가 ‘걷는 부처’와 마주하게 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걷는 부처’를 두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부처의 모습”이라고 했다. 상좌부불교를 바탕으로 한 태국 문화예술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한 셈이다. 유 관장은 “마치 옷이 펄럭이는 듯한 조각적으로도 뛰어난 명작”이라고 덧붙였다.
178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라따나꼬신(방콕) 왕조의 미술은 왕실과 불교를 축으로 조명한다. 화려한 왕실 공예품과 태국인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불교 문화를 통해 오늘날 태국의 모습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여행지로만 익숙했던 태국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넓힐 수 있는 전시다.
기하학무늬 토기, 기원전300년~기원후 200년. 태국의 대표적 선사유적인 반치앙 유적에서 발견된 장식이 풍부한 토기이다. 붉은색으로 몸체에 기하학무늬와 물소를 장식했다. (C) Fine Arts Department, Ministry of Culture, the Royal Kingdom of Thailand
몸에서 무수한 부처를 탄생시키는 관음보살, 롭부리 양식 13세기. 태국에 미친 크메르 문화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상이다. 상반신에 빽빽하게 표현된 작은 불상들은 관음보살의 모든 모공에서 부처가 태어나며, 그 안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신앙을 표현한 것이다. (C) Fine Arts Department, Ministry of Culture, the Royal Kingdom of Thailand
걷는 부처, 수코타이 14세기. 수코타이 시대 태국의 가장 독창적인 예술품이자, 고전기 태국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고도의 주조 기술과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부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태국 미술의 걸작이다. (C) Fine Arts Department, Ministry of Culture, the Royal Kingdom of Thailand
에메랄드 사원의 옛 중문, 라따나꼬신 19세기. 방콕 왕궁에 있는 에메랄드 사원의 사당 안뜰로 들어가는 옛 중문의 부재이다. 정교하게 조각한 목판에 금박과 색유리로 장식하고, 사자를 밟고 선 두 명의 수문장을 도드라지게 표현했다. (C) Fine Arts Department, Ministry of Culture, the Royal Kingdom of Thailand
충성과 초능력을 상징하는 하누만 가면, 라따나꼬신 19세기. 태국 전통 가면극 콘(Khon)에서 사용하던 가면으로, <라마끼안>의 등장인물인 흰 원숭이 장군, 하누만을 표현했다. (C) Fine Arts Department, Ministry of Culture, the Royal Kingdom of Thai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