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연소 지자체장인 교토부 야와타시의 가와타 쇼코 시장이 지난달 출산휴가를 선언해 보수적 사회 분위기에 논쟁이 일었다. 사진은 고향납세제 답례품으로 준비한 아동 완구를 소개하고 있는 가와타 쇼코 시장. 가와타 시장 엑스 갈무리
신보라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출산을 한 달여 앞둔 2018년 8월 최대 90일간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여성 국회의원 출산휴가법’을 발의했다. 근로기준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비정상을 바로잡으려는 입법 노력이었다. 하지만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유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줄줄이 좌초됐다. 표면적으론 지역구와 직능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장기 휴직이 ‘대표의 부재’ 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가 발목을 잡았지만, 의원 구성에서 남성 비율이 압도적인 탓도 있었을 것이다. 입법 무산으로 임기 중 출산하는 의원들은 국회의장에게 청가서(결석신고서)를 별도로 제출해야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초선이던 2021년 7월, 생후 59일 된 아이를 유아차에 태우고 국회로 출근했으나 본인 외 출입이 제한되는 규정 때문에 본회의장 진입에 실패했다. 용 의원이 두 달 전 발의한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은 국회 운영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1대 국회 종료로 폐기됐다.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정신은 국회 안에서 작동하지 않았고, ‘엄마 정치인’들은 홀로 입법 공백을 버텨내야 했다.
지난달 일본 교토부 야와타시의 30대 여성 시장인 가와타 쇼코가 출산 전후 8주간 출산휴가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가와타의 선언은 여성 정치인의 임신과 출산에 부정적인 일본 사회에 논쟁을 일으켰다. 가와타 시장은 CNN 인터뷰에서 “여성들에게 경력과 아이 중 선택하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여성 정치인의 출산휴가를 직무유기로 보는 낡은 시선을 정면 돌파했다.
의원들에게 12주간의 출산휴가를 부여하는 미국, 출산휴가 중 의원 급여를 전액 지급하는 독일, 휴가기간에 ‘대체의원’이 업무를 대신하는 덴마크 등 해외 정치권의 모성 보호 시스템은 부러울 정도다. 정치권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저출생 위기를 우려하면서, 정작 국회 안에서 출산으로 인한 차별과 불이익을 방치하는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 정치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삶의 현장’으로 만들겠다는 가와타 시장의 선언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