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은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기획과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국민시간이전계정’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시간이전계정은 무급 가사노동으로 생산된 가사서비스가 연령 및 성별로 이전되어 소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통계다. 연합뉴스
한국 여성의 청소·육아 등 가사 부담이 84세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이보다 40년 빠른 44세부터 집안일을 하는 양보다 더 많은 돌봄을 받았다. 국가데이터처가 23일 발표한 ‘2024년 국민시간이전계정’ 조사로 확인된 결과다. 국민시간이전계정은 국민계정(GDP)에 집계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한 통계로 올해 처음 공표됐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생애주기별 가사 부담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데, 성별 격차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가 느는 추세라지만, 여성이 가사노동을 도맡는 구조는 여전한 것이다.
데이터처는 가사노동과 같은 일을 하는 직종의 시장임금을 적용해 추이를 분석했다. 생산한 가사노동이 소비한 가사노동보다 많아 다른 사람 몫까지 대신하는 ‘흑자’ 기간에서 남녀 성별 차이는 극명했다. 여성은 26세부터 흑자에 진입한 뒤 84세에야 적자로 전환된 반면, 남성은 32세부터 흑자를 기록하다 44세에 적자로 돌아섰다. 남성의 흑자 기간은 12년이었지만 여성은 58년으로 4.8배나 길었다. 생애주기 적자로 보면 남성의 적자 규모가 107조5710억원이었는데, 결국 고스란히 여성의 희생으로 메워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여성이 노년기에 접어들어서도 가사노동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전체 가사노동 생산액은 5년 만에 55.1% 급증했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많아진 영향도 크지만, 속내를 보면 손자녀를 맡는 ‘황혼 육아’와 배우자를 수발하는 ‘노노(老老) 돌봄’이 고스란히 노년 여성들에게로 떠넘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사노동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는 목적은 현실을 파악해 개선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번 통계 분석으로 확인된, 여성에게 전가되는 가사노동의 실상을 정부와 우리 사회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의 성장동력을 유지하려면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리고, 돌봄노동을 남녀가 평등하게 나눌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이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여성의 일방적 희생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돌봄의 책임을 가정에서 사회로 전환해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적 배려와 종합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저출생·고령화 시대 한국 실정에 맞는 돌봄의 해법을 찾으려면 획기적인 사고 전환과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