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는 22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인요한 전 연세대 국제진료센터 교수를 제32대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지낸 인요한 전 의원이 대한적십자사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적십자사 중앙위원회는 지난 22일 “오랜 의료현장 경험을 지닌 인 전 의원이 적십자사의 재난구호, 국제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이끌 적임자”라고 선출 배경을 밝혔다. 적십자사 명예회장인 이재명 대통령이 인준하면 인 전 의원은 임기 3년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인 전 의원은 12·3 내란을 지지하고 그 우두머리인 윤석열 탄핵을 반대했던 인물이다. 내란 옹호자가 인도주의 가치를 실현해야 할 적십자사의 수장이 되는 건 기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 전 의원은 윤석열의 내란 이후 그를 감싸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비상계엄 직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에 대해 “회사 판매원처럼 일했다” “업적도 있다”며 야당이 과도하게 몰아붙였다는 취지로 옹호했다. 윤석열이 구속되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것이 국가 위신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채 윤석열 탄핵안 표결에 불참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오죽하면 같은 당 한지아 의원이 “이런 인물을 임명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내란 청산인가”라고 비판하겠는가. 헌정 유린 동조자가 적십자사를 이끌 자격이 없는 건 자명하다.
민간위원(19명)이 중심이라곤 하지만 교육부·행정안전부 등 이재명 정부 9개 부처 국무위원이 포함된 적십자사 중앙위원회가 이처럼 부적절한 인사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와 적십자사는 인 전 의원 선출이 국민적 요구인 내란 청산을 퇴색시키고, 헌정파괴 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엄중한 내란 단죄 민심을 업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시민의 생명과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기관의 수장으로 내란 옹호자를 용인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인 전 의원 인준은 이재명 정부의 존립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고, 반헌법 세력과 야합해 개혁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인사를 포용하는 건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통합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정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이 대통령은 인 전 의원의 적십자사 회장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