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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모두의 창업 운영에 함께하는 크립톤의 전정환 부대표도 페이스북에 "가장 아쉬운 것은 아이디어 한 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고, 멘토가 도와줘서 오디션의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읽히는 홍보 메시지"라며 "여기에 오디션 방식의 경쟁과 멘토링 과정의 온라인 공개가 결합되면서 창업 생태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는 다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전 국민 오디션이라는 행사가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창업문화를 확산하기보다는 상금 따먹기로 전락하면서 오히려 창업 생태계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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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창업’ 소문난 잔치 안 되려면…스타트업 생태계 점검이 우선

입력 2026.06.23 20:29

수정 2026.06.2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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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창업 시대’ 기대와 우려

2024년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디캠프가 주최한 디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행사를 끝으로 지역 디데이 행사는 종료됐다.   경향신문 참고자료 사진 크게보기

2024년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디캠프가 주최한 디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행사를 끝으로 지역 디데이 행사는 종료됐다. 경향신문 참고자료

전 국민 대상 ‘공개 창업 오디션’
합격자 수천명 정보 유출로 파문
중기부, 서두르다 부실 드러내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도 문제
스타트업 업계 ‘잘못된 신호’ 경고
실패하는 경험 속 기업가 정신 배워
민간기관과의 협력 긍정적 평가도

“K자형 성장을 극복할 주역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곧이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계획이 발표됐고 국민 누구나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며 ‘모두의 창업’ 공모가 시작됐다. 지난 16일에는 신청자 6만3000명 중 5000명을 가려내 발대식도 했다. 하지만 범국가적인 붐업 행사가 오히려 민간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적지 않았다. 모두의 창업 1기 발대식 직후 터진 5000명의 개인정보와 아이디어 유출사건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한탄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두의 창업은 ‘국민창업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뜻을 현실화할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한 번의 시끌벅적한 행사로 끝날까. 반도체 활성화에 따라 발생한 역대급 세수를 펀드로 만들어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스타트업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관련 용어
■AC(Accelerator) 액셀러레이터 :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 투자 액수가 비교적 적다. 데모데이 등을 통해 후속 투자를 연결해준다.

■인큐베이터 : 스타트업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 등 공간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곳. 창업보육기관을 말함. BI(Business Incubator)라고도 한다.

■시드머니 :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자금. 씨앗머니라고도 한다.

■데모데이(Demo Day) : 스타트업들이 투자자와 대중 앞에서 사업 모델과 성과를 발표하는 행사. 디데이라고도 한다.


모두가 창업하는 시대

2025년 기준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정한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의 거대 스타트업)은 27개가 있다. 토스, 여기어때, 컬리, 야놀자, 무신사, 한국정보데이터 등이다. 이들 중 처음부터 세밀한 기획을 거쳐 시작한 기업은 없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는 3년에 걸쳐 8번의 실패를 거쳤다. 처음에 생각했던 앱은 오프라인 만남을 기록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였다. 대중의 반응이 없자 의견을 올리고 투표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으로 눈을 돌렸다.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했다. 팀원 4명이 직접 거리에 나가 아이디어를 수집하기로 했고, 한 달 동안 100여개 아이디어를 모았다. 이 중 하나가 간편송금이었다. 토스 측은 책 <유난한 도전>에서 “처음부터 핀테크 스타트업이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더 이상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대중이 좋아할 것 같은 아이템을 죽 나열해보니 간편송금과 결제가 있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간편송금 서비스는 ‘왜 송금 한 번 하는데 이렇게 복잡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소소한 물음과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거듭된 노력이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모두의 창업이 바라는 창업모델이다.

모두의 창업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창업 오디션 행사다. 아이돌 공개오디션의 변형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지원서가 통과된 참가자들이 매 라운드 공개·비공개 오디션을 거치며 경쟁한 뒤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우승자에게는 최대 10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일반/기술분야’와 ‘로컬분야’ 2개로 나뉘는데 서면 아이디어 심사에서 각각 4000명과 1000명씩, 모두 5000명을 선정한다. 그런데 이 합격자 5000명의 개인정보와 아이디어 요약본, 심사평 등이 유출된 것이다. 1라운드를 시작도 하기 전에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는 얘기다. 중기부가 지난 22일 브리핑을 통해 대국민사과를 한 것은 상황이 그만큼 엄중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기부가 행사를 서두르면서 부실의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모두의 창업에 신청한 사람은 모두 6만3000명. 5만8000명이 고배를 마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심사위원 일부가 노출돼 탈락자들로부터 ‘너희가 내 아이디어에 대해 무얼 아냐’며 항의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진지하게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는 역작용도 있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탈락한 지원자들에게는 재도전 멘토링을 제공하고 다음달에는 ‘모두의 창업 2기’ 선발을 공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유출 사태로 이 같은 일정은 잠정 중단됐다.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SNS에서는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용 이오스튜디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두의 창업은 모두의 창업 아이디어를 정말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며 “공공이 좋아 보이지만 어떻게 생태계를 망치는가?”라고 적었다. 과거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정부가 참여해 무료 참가로 정하면서 잠재고객과 인재들이 떠나버렸고, 결국 행사업체와 정부 관계자들만 참여하는 기사 띄우기 행사로 전락한 사례를 들었다. 전정환 크립톤 부대표는 페이스북에 사견임을 전제로 “가장 아쉬운 것은 아이디어 한 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고, 멘토가 도와줘서 오디션의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읽히는 홍보 메시지”라며 “여기에 오디션 방식의 경쟁과 멘토링 과정의 온라인 공개가 결합되면서 창업 생태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는 다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전 국민 오디션이라는 행사가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창업문화를 확산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하면서 오히려 창업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모두의 창업이 앞선 정부 주도 스타트업 정책과 달리 민간보육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참가자들이 상대적으로 만나기 힘든 멘토나 멘토링 기관과 매칭되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VC), 대학 등 멘토링 기관은 190개, 멘토는 4166명에 달한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어떤 사람은 창업할 자격이 있고, 또 누군가는 창업하면 안 된다 판단하는 것은 오만하다”며 “대부분 실패하겠지만, 그 자체가 좋은 경험이고, 하고 싶은 사람은 정부가 권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모두의 창업 운영사인 더이노베이터스의 최광선 대표도 SNS에서 “모두의 창업을 통해 전 국민의 창업, 즉 기업가정신 리터러시가 확보되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말 시장이 요구하는 니즈와 해결책을 발견했을 때는 언제든 창업할 수 있는 환경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디캠프’의 표류가 남긴 교훈

내로라하는 국내 창업보육기관이 대부분 참여하는 모두의 창업에 보이지 않는 기관이 하나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인 ‘디캠프’다. 2012년 19개 국내 금융기관이 84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디캠프는 아산나눔재단의 ‘마루’와 함께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양대 기관이었다. 디캠프가 설립 직후부터 개최한 디데이는 창업 초기 기업의 데뷔 무대로 주목받는 등 예비창업자 발굴과 창업문화 확산에 기여해왔다. 양경준 크립톤 대표는 “설립 취지로 볼 때 모두의 창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게 디캠프”라며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큰 축 하나가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디캠프는 보다 검증된 기업을 뒷받침하겠다며 ‘디캠프 2.0’을 선언하고 11년간 매달 개최해왔던 디데이를 지난해 전격 폐지했다. 또 대학생 창업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비수도권 사업인 부산라운지는 폐점시켰다. 반면 극초기 단계를 벗어난 프리A~시리즈A(기업가치 400억원 미만)급 스타트업을 위한 ‘배치’를 분기별로 열고 이들에 대한 멘토링과 직접투자, 후속연계투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창업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아니라 플레이어로 역할을 바꾼 셈이다. 모두의 창업 측은 디캠프에 참여를 요청했으나 “예비창업자 멘토 및 멘토링을 할 여력이 없다”며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캠프의 갑작스러운 전략 전환은 내부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디캠프 직원들은 설립 14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했다.디캠프 투자 방향 변경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불투명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표의 비위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내부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공공성이 강한 디캠프마저 수익성 위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더라도 창업문화를 확산·정착시키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엄정한 큐리어스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변리사는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업 인프라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창업 초기뿐 아니라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스타트업의 엑시트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제 에디터

박병률 경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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