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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음원 차트에서도 록페스티벌 현장에서도 여성 '프론트퍼슨'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디 음악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

이들은 지난해 11월 첫 정규앨범 <피치 트럭 하이재커스>를 발매하며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부문과 '최우수 록 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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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밴드’ 말 자체가 이상해지는 날 오길”···인디씬 뒤흔든 디자이너 넷

입력 2026.06.24 06:00

수정 2026.06.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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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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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프론트퍼슨 연대기 : 밴드 붐 가운데 선 여자들]

(8)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

‘밴드붐’이 돌아왔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음원 차트에서도 록페스티벌 현장에서도 여성 ‘프론트퍼슨’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거 ‘밴드의 꽃’ 으로만 여겨졌던 여성들의 역할은 무대와 사운드를 이끄는 중심축으로 재정의됐다. ‘프론트퍼슨’은 밴드에서 공연을 주도하거나 이미지를 대표하는 중심 인물을 뜻한다. 과거 ‘프론트맨’이라 일컬어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젠더 중립적인 단어인 ‘프론트퍼슨’을 주로 사용한다. ‘2026 프론트퍼슨 연대기’는 현 시대 여성 음악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록 씬을 기록한다.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왼쪽부터 이세정, 이청경, 이정효, 김규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왼쪽부터 이세정, 이청경, 이정효, 김규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해 인디 음악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Peach Truck Hijackers). 이들은 지난해 11월 첫 정규앨범 <피치 트럭 하이재커스>를 발매하며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부문과 ‘최우수 록 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거친 록 사운드와 신선한 가사로 포스트 펑크 장르를 이어갈 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각종 클럽 공연과 페스티벌에서도 단단한 라이브 실력을 선보이며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 밴드’라는 별명이 붙었다.

피치트럭하이재커스의 네 멤버를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이들은 스스로가 “아마추어리즘의 ‘끝판왕’을 달리는 밴드”라며 “우리를 보고 ‘나도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밴드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곡·보컬·기타 이청경, 기타 이정효, 베이스 김규리, 드럼 이세정, 이 네 사람은 같은 대학교 디자인학과에 다녔다. 알음알음 알고 지내던 친구들을 불러모은 건 이청경이었다. “정효랑 같이 기타 합주를 하려는데 세정을 마주쳐 ‘같이 할래?’ 했죠. 그런데 베이스만 있으면 밴드의 완성인 거예요. 밴드 동아리를 함께했던 규리에게 연락해 그날 네 사람이 모였죠.” 이청경이 말했다.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본인 제공 ⓒChris Mata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본인 제공 ⓒChris Mata

피치트럭하이재커스의 ‘친구를 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왼쪽)과 김규리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피치트럭하이재커스 펀딩사이트 갈무리

피치트럭하이재커스의 ‘친구를 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왼쪽)과 김규리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피치트럭하이재커스 펀딩사이트 갈무리

2023년 3월, 취미 커버 밴드(다른 밴드의 음악을 따라 연주하는 밴드)가 시작됐다. 밴드명 ‘피치트럭하이재커스’는 이청경과 이정효가 시칠리아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복숭아 노점 트럭을 만난 기억에서 따왔다. 2024년부터 자작곡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클럽 공연 무대에 섰다. ‘음원은 없냐’는 관객들의 말에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

앨범을 만들겠다 다짐은 했지만 방법을 몰랐다. 이들은 ‘친구를 구한다’는 제목의 작은 광고지를 돌렸다. 밴드 소음발광의 보컬 강동수가 ‘친구가 되고 싶다’며 연락해 왔고, 1집 앨범의 프로듀싱까지 도맡았다. 앨범 녹음을 부산 광안리에 있는 세이수미의 작업실에서 하게 된 것도 그의 덕이었다.

멤버들은 “밴드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했다”며 “솔직하게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니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것 같다”고 했다. 1집 앨범 제작 비용은 펀딩 사이트를 이용해 충당했다. 김규리는 “녹음도 사무 업무도 모두 처음이라 어려운 게 많았는데 해낸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한 일 같다”고 덧붙였다.

멤버들은 굿즈 제작, 스케줄 관리, SNS 관리까지 직접 한다. 이정효는 매니저 겸 물류센터, CS(고객 서비스), 홈페이지 제작을, 이세정은 굿즈 발주를, 김규리는 유튜브 영상 제작과 세금 업무를 총괄한다. 이정효는 “매일매일 1인 기업을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이세정과 김규리는 회사 일과 밴드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체력적으로 부칠 때도 있다”면서도 “디자인 일도 밴드도 모두 좋아서 두 일을 함께하는 게 (둘 다) 오래 할 수 있는 방법 같다”고 입을 모았다. 매주 공식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플레이리스트 이미지와 각종 굿즈, 포스터 디자인 등은 멤버 모두의 시안을 받은 뒤 선정해 제작한다. 디자이너 넷이 모인 밴드의 특권이다.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왼쪽부터 김규리, 이청경, 이정효, 이세정)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왼쪽부터 김규리, 이청경, 이정효, 이세정)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피치트럭하이재커스가 제작한 이달의 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는 멤버들이 돌아가며 직접 제작하고 있다. 본인 제공

피치트럭하이재커스가 제작한 이달의 플레이리스트. 플레이리스트는 멤버들이 돌아가며 직접 제작하고 있다. 본인 제공

피치트럭하이재커스는 인디씬에서 보기 드문 여성 4인조 밴드인 데다, 거친 음악과 가사를 선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정효는 “밴드를 단순히 ‘여성’의 틀에 가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보이 밴드’와 ‘걸 밴드’가 의미하는 게 다르잖아요. 여자들이 밴드를 너무 많이 해서 ‘여성 밴드’를 주제로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때가 왔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음악은 포스트 펑크·개러지 장르로 구분된다. 시원하고 단순한 기타 리듬에 거친 목소리, 화려한 드럼이 어우러진다. 인디·메탈 등 하위 장르가 뒤섞인 곡을 듣다 보면 ‘익스페리멘털 록(실험적인 기법을 사용한 록)’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이들의 곡은 모두 보컬 이청경의 작품이다. 1집에는 최근 쓴 곡부터 고등학교 시절 처음 끄적였던 곡까지 망라했다.

그는 “멤버들이 좋아하는 곡을 듣고 소화해서 곡으로 쓸 때가 있다. 레퍼런스 여러 개를 두고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며 “재밌게 써야 멤버들이 도망가지 않을 것 같아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록부터 메탈, 펑크까지 팀원들의 각기 다른 취향 덕에 이들의 음악도 다채로워졌다. 가사에는 세상에 대한 비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담는다. 기후 위기로 인한 좌절감을 담은 ‘라디오 라디오’가 대표적이다.

피치트럭하이재커스가 지난달 개최된 ‘아시안 팝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 제공

피치트럭하이재커스가 지난달 개최된 ‘아시안 팝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 제공

밴드는 올해 ‘아시안 팝 페스티벌’과 ‘DMZ 피스트레인’에 초청되며 처음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특히 ‘DMZ 피스트레인’은 이들이 2023년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가 ‘3년 안에 이 무대에 서자’고 다짐한 곳이기에 더 특별했다. 이정효는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실감 나지 않았다”면서도 “페스티벌은 우리를 잘 모르시는 분도 많다 보니 공연을 잘해 사로잡아버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섰다”고 했다. 김규리는 “말한 대로 되는 것 같으니 ‘몇 년 뒤 글라스톤베리 무대에 서겠다’는 글을 올려야겠다”고 했다.

피치트럭하이재커스는 오는 7월31일 ‘2026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청경은 2집 제작을 위한 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집은 재미로 만든 곡이 많은데, 2집은 조금 ‘쫄아’ 있어요. 남을 생각하면 남들이 좋아하는 걸 하게 되니까, 제가 좋아하는 걸 잘 찾아봐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피치트럭하이재커스를 처음 들어본 이들을 위한 한 곡으로는 ‘뒤틀린 입이라도’를 꼽았다.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왼쪽부터 이세정, 이청경, 이정효, 김규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밴드 ‘피치트럭하이재커스’(왼쪽부터 이세정, 이청경, 이정효, 김규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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