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사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24일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빚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회계검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는 없지만 또 다른 권한인 회계검사를 통해 선거관리 부실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국회 국정조사와 별개로 전문적 공직 감사 역량을 갖춘 감사원은 선관위 난맥상을 규명하는 데 적절해 보인다. 직무감찰에 준하는 철저한 검사로 선거관리 부실과 선관위 비위를 남김없이 밝혀내야 한다.
김호철 감사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거관리 부실과 관련해 “어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늘 회계검사를 위한 자료 수집에 나섰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투표용지 부족 관련 사항을 중점적으로 보겠지만, 연관돼 살펴볼 수 있는 사항은 다 살펴야 국민의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 재정활동 전반은 물론 관련 공무원들의 행위까지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국민 참정권 훼손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감사원의 철저한 검사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2월 헌재의 선관위 직무감찰 불가 결정 당시 감사원이 ‘외부감사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만시지탄이다. 당시 제대로 외부감사가 이뤄졌다면 이번의 투표용지 부족, 선거인명부 누락, 개표 결과 중복 같은 총체적 관리 부실이 벌어졌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중앙선관위는 이날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안 등은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직무감찰에 준할 정도로 감사가 이뤄진다면 거부할 수도 있다는 태도다. 선관위는 지난 23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첫 회의에도 핵심 증인 16명이 집단 불출석해 “국민에 대한 집단항명”이란 여야의 질타를 받았다. 자신들을 향한 국민 분노를 의식하고는 있는지, 신뢰 회복의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선관위는 과거 권한쟁의심판 청구처럼 딴지를 걸 게 아니라 성찰하는 태도로 감사원 검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게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조직 해체가 거론될 정도로 국민 불신이 큰 마당에 독립적 헌법기관 위상이 무슨 소용인가. 궁극적으로 외부감사제 도입을 위한 개헌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어려운 만큼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관행으로 수용하는 전향적 자세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