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이성애에 만족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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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이성애의 비극> 저자 제인 워드 UC샌타바버라대 교수가 한국 여성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워드 교수는 "이성애적 관계에선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사랑해야 하지만 여성혐오적 문화 탓에 그 사랑이 이뤄지기 어렵고 관계가 건강하기 힘들다는 모순이 있다. 이성애는 '사랑을 기반으로 관계를 쌓을 수 있다'고 약속하지만, 남성이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상태에선 어렵다"고 말했다.

가부장제와 여성혐오에 기반한 이성애 관계는 축이 기울어질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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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의 비극’ 저자 제인 워드 교수가 24일 서울 마포구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당신, 이성애에 만족하나요

입력 2026.06.25 07:00

수정 2026.06.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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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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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의 비극’ 저자 제인 워드 교수가 24일 서울 마포구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성애의 비극’ 저자 제인 워드 교수가 24일 서울 마포구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플랫한 티타임] 당신, 이성애에 만족하나요

이성애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고 전세계에 많습니다.


<이성애의 비극>(라우더북스) 저자 제인 워드 UC샌타바버라대 교수(53)가 한국 여성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이성애의 비극>은 2020년 미국에서 출판됐으며 이듬해 미국출판협회(AAP)가 탁월한 전문 학술 출판물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프로즈상(Prose Award)을 받았다. 한국어판으로는 이달 초 출간됐다.

제인 워드 교수는 한국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최근 서울을 찾았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24일 서울 마포구에서 그와 만나 이성애가 오늘도 ‘1패’를 적립할 수밖에 없는 사회·문화적 구조에 관해 들었다.

이성애에 ‘비극’이 붙은 이유

“이성애는 비극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인류 다수가 별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가장 만연한 질서이자 의심을 던지기 쉽지 않은 체제에 ‘비극’이란 이름이 붙었다. 제인 워드 교수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 “솔직히 나는 이성애자들이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문장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그는 ‘비극’이란 표현을 붙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패’, ‘몰락’, ‘좌절’이 아니라 왜 하필 ‘비극’일까. 그는 “이성애가 약속해주는 이상적인 삶은 그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 실패라고도 볼 수 있지만, 훤히 보이는 비극적인 엔딩을 향해 알면서도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비극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젠더 불평등, 여성혐오, 폭력, 감정노동과 성적 요구 등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성애자 여성들이 이성애 관계를 선택하는 현실을 보다 강조한 것이다.

도발적 제목과 달리 <이성애의 비극>은 이성애를 낯설게 보는 위치에 있는 저자가 그것을 학술적 테이블 위에 올려 해부한 결과물이다. 여러 인터뷰와 실제 사례, ‘이성애 교정 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 연애 코칭 산업, 일종의 발명된 용어로서 ‘이성애’가 근대를 거치며 발전해온 과정 등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워드 교수는 이처럼 이성애를 낯설게 봄으로써 “종교와 문화를 바탕으로 이성애가 전세계로 퍼지며 문화를 어떻게 바꿨는지 알 수 있다. 꼭 이성애가 아니어도 되고 다른 삶도 가능하다는 상상력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부장제·여성혐오 위에선 ‘쉽지 않다’


‘이성애의 비극’ 저자 제인 워드 교수가 24일 서울 마포구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성애의 비극’ 저자 제인 워드 교수가 24일 서울 마포구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그렇다면 이성애는 왜 번번이 환상을 배반하는가. 그 근간으로 워드 교수는 ‘여성혐오의 역설’을 꼽았다. 가부장적이고 여성혐오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원하면서도 건강한 방식으로 사랑하지는 못한다. 가부장제와 여성혐오는 여성과 남성이 이성을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인식하는 것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워드 교수는 “이성애적 관계에선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사랑해야 하지만 여성혐오적 문화 탓에 그 사랑이 이뤄지기 어렵고 관계가 건강하기 힘들다는 모순이 있다. 이성애는 ‘사랑을 기반으로 관계를 쌓을 수 있다’고 약속하지만, 남성이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상태에선 어렵다”고 말했다.

가부장제와 여성혐오에 기반한 이성애 관계는 축이 기울어질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돌봄과 정서 노동, 성적인 충족, 관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벤트 관리 등을 위한 노력이 여성에게 쏠리기 쉽다. 워드 교수는 “여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남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며 ‘나라면 어떨까’를 상상하는 반면, 남자 아이들은 ‘내가 여자였다면 어떨까’란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 이성애적 관계에서 여성은 남성의 시선으로 생각하기 용이하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으니 어려운 부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견고한 이성애의 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제인 워드 교수는 책이 출간되고 난 뒤 악플과 험악한 이메일 등 많은 위협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남성 독자로부터 ‘여성을 어떻게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가 <이성애의 비극>을 권하고 싶은 대상도 “이성애자 남성”이다. 그는 “남성들을 포기한 건 아니다. 페미니즘은 남성과 같이 가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고 했다.

“각본 벗어난다면 자유로워져”


[플랫한 티타임] 당신, 이성애에 만족하나요

<이성애의 비극>을 읽은 이성애자 독자는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대목에선 한국의 4B 운동(비연애·비섹스·비혼·비출산)과 1970년대 페미니즘의 모토였던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이 떠오른다. 이성애 관계를 위해 들였던 자원과 노력을 줄이는 것 또한 개인의 선택이다.

제인 워드 교수는 그러한 의문에 이 책이 답할 수 있는 부분은 “정해진 젠더 각본에서 벗어나면 굉장한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4B 운동은 여성이 ‘이성애 관계가 정말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는가’를 자발적으로 성찰한 것에서 출발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레즈비어니즘과는 조금 다르다”고 밝혔다. 워드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도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이 돌아오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여성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상상력을 키우면서 남성을 배제하기보다는 중심에서 떨어뜨려 놓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워드 교수는 무엇보다도 “한국 독자들이 이성애와 젠더 이분법의 각본에서 벗어나 내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페미니즘에 백래시가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게 생각하는 여성이 참 많으니 그러한 연대 속에서 희망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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