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4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안산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범죄자’라고 부르며 코인 부정거래 의혹을 제기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감시와 비판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5일 김남국 의원이 장예찬 전 최고위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장 전 최고위원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김남국 의원은 2023년 5월 60억원 상당의 위믹스 코인 등 대량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그러자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의원을 “범죄자”라고 지칭하며 “업계 관계자들마저도 (김 의원이) 상장 내부정보를 알았을 것으로 유추되고 자금세탁 가능성이 보이는 거래 양태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도 “이런 인물을 최측근으로 두고 코인 시세 조작에 가담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썼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장 전 최고위원이 ‘내부 정보 이용 자금세탁’, ‘코인 시세조작’ 등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장 전 최고위원의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하고 위법성 조각 사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위법성 조각은 형식적으론 위법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위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1심은 장 전 최고위원이 김 의원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2심은 위자료를 1000만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장 전 최고위원의 발언은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인용해 정치인의 정치적 주장, 공적 사안에서 공직자의 도덕성 등을 두고는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표현이 아니라면 책임을 추궁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업무처리 등은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장 전 최고위원의 발언·글을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적 주장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고위 공직자에 해당하고, 장 전 최고위원의 발언·글을 공공의 이해와 관련된 사항인 김 의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적 주장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장 전 최고위원의 발언 등에) 일부 단정적인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치공세로 치부할 뿐, 그 주장을 표현 그대로 객관적 진실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당시 김 의원의 코인 부정거래 의혹이 퍼진 데는 김 의원이 해명을 충분히 내놓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 의원은 2023년 5월 의혹에 대한 최초 보도 이후 다수의 언론보도가 있었음에도 충분한 해명을 하지 않은 채 민주당에서 탈당한 후 상당 기간 공식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의혹이 증폭됐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장 전 최고위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도 했으나 검찰은 2024년 8월 불기소 처분하기도 했다. 다만 김 의원은 2024년 8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보유한 코인 재산을 국회의원 재산 신고 당시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검찰은 주장했으나, 법원은 당시 코인 재산 등록 의무가 없었던 만큼 위법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