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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에 따라 암 사망 위험을 높이거나 낮추는 육류의 유형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가공육을 많이 먹을수록 직장암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소·돼지고기를 많이 먹으면 위암 사망 위험이 낮아졌다. 여성은 내장육을 많이 먹을수록 췌장암·유방암 사망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유인선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육류 종류별 섭취량과 암종별 사망률의 연관성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에 발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14만756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성별에 따라 암종별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고기의 종류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제공
연구에선 육류를 붉은 고기(소·돼지고기), 닭고기, 내장육, 가공육으로 분류했다. 붉은 고기와 닭고기, 내장육은 섭취량에 따라 4개 그룹(1~4분위)으로 나눴고, 가공육은 섭취 여부에 따라 섭취군과 비섭취군으로 구분했다. 이후 나이, 체질량지수, 흡연, 음주량, 교육수준, 신체활동 등의 영향을 보정해 암종별 사망 위험도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남녀 모두 전체 육류 섭취량은 암 사망률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고기 종류별로 분석하면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남성은 붉은 고기를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4분위)이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1분위)보다 위암 사망 위험이 52% 낮았다. 이 경향은 체질량지수가 25㎏/㎡ 미만으로 비교적 마르거나, 흡연 경험이 있는 남성에게 특히 두드러졌다. 또한 가공육을 섭취하는 남성은 비섭취군보다 직장암 사망 위험이 2.45배 높았다.
여성은 내장육을 비교적 많이 섭취한 그룹(3분위)이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1분위)보다 유방암 사망 위험은 2.57배, 췌장암 사망 위험은 1.83배 높게 나타났다. 이 연관성은 60세 이상, 체질량지수 25㎏/㎡ 미만, 비흡연 여성에서 더 뚜렷했다.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의 가공육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도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충분한 1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다만 붉은 고기는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다른 연구가 나온 바 있음에도 이번 연구에선 오히려 남성의 위암 사망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국내에선 붉은 고기 중 돼지고기를 섭취하는 비율이 높고, 서구처럼 염장·훈제 형태보다는 구워 먹는 경우가 많아 염분 노출과 지방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집단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위암 검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곱창이나 간 등 내장육이 여성의 암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된 데에는 중금속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유 교수는 “내장육에는 비소·카드뮴·납 등 중금속이 일반 살코기보다 더 많이 들어있을 수 있다”며 “이런 물질이 지방 조직에 쌓여 있다가 체중 변화나 노화 과정에서 혈액으로 빠져나오면서 여성의 암 사망 위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여서 육류 섭취와 암 사망률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조리 방법이나 장기적인 식습관 변화까지도 반영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육류 섭취량보다 어떤 종류의 고기를 먹는지가 암 건강과 더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서구권 연구 결과를 아시아 인구집단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식습관과 생활 환경을 고려한 성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