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의 건강보험 수가를 낮추기로 했다. 병원이 쓴 비용 대비 수익이 많은 항목들이다. 이렇게 아낀 재정에 1조원을 더해 필수의료 보상에 쓰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안’을 보건복지부가 25일 내놨다. 왜곡된 보상체계를 바로잡아 소아·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막고 국민이 어디서든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수가 책정 기준의 대폭적인 개편은 2001년 이후 25년 만으로,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의 의료 보상체계는 의사가 직접 하는 진찰이나 수술 등은 단가가 낮고 장비를 이용하는 각종 검사는 과도한 보상이 주어지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정부가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의료기관들이 CT와 MRI 검사에 쓴 비용 대비 수익이 194%에 달한다. 병원이 영상 검사에 100원을 썼다면 건보에서 194원을 받아 2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는 의미다. 그에 반해 진찰(70.7%)·입원(57.3%)·마취(75.2%) 등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수가 구조는 의사들이 환자를 많이 볼수록 손해를 보는 폐단을 낳았다.
복지부는 영상 검사 등의 수익률을 올해 말 150%로 낮추고, 중증 수술·시술 수가는 현행 대비 20% 인상할 방침이다. 또 진찰·입원 등 기본진료 보상을 현실화해 초진 진찰료는 6%, 재진은 4%, 병원급 이상 초·재진은 2%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가 20년간 묶어두었던 진료 수가를 손보는 것도 낮은 수가가 일명 ‘1분 진료’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판단에서다. ‘의료취약지’의 수가를 올려 대도시나 수도권과 차등화한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의사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할 인센티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과보상된 검사 수가 조정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병원을 옮긴 환자의 CT·MRI 재촬영을 요구하는 의료기관이 40~5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필수의료 중심의 수가 혁신을 완수하려면, 재정 낭비를 막을 방안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기존에 촬영한 영상을 병원 간에 공유하는 체계를 완비하고, 재촬영을 남발하는 의료기관에는 불이익을 주는 규제책이 병행돼야 한다. 이번 수가 개편이 왜곡된 보상체계를 대수술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