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작업이 진행중인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 현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최태원 SK 회장을 만난 데 이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반도체 투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 지역에 400조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시설은 물론 전공정 생산라인(팹)까지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검토를 두고 국민의힘은 “사회주의 국가 정치지령”이라는 언어도단식 비판을 하고 있다. 합리적인 정책 비판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외면한 정치공세에 유감을 금하기 어렵다.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에 대해 “반도체 줄 테니 정청래 떨어뜨려달라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당 대구·경북(TK)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지역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며 TK에 대한 홀대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한술 더 떠 “사회주의 국가 정치지령”이라고 했다. 반도체 투자에 정치적 음모론은 물론, ‘지역주의’와 ‘색깔론’까지 동원한 무차별적인 비난 공세가 이어진 것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용인 공장을 옮겨가는 게 아니라 새 클러스터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에서 빼앗아 지방에 주는 식의 제로섬이 아니라 ‘플러스섬’이라는 뜻이다. 인공지능(AI) 산업 붐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 이후의 차세대 반도체 라인 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수도권 반도체 산업은 포화상태라 부지와 전력, 용수 공급 면에서 유리한 호남이 후보지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호남은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해 글로벌 기업의 필수조건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충당)을 달성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런 사실관계는 제쳐두고 핵심산업의 정책결정을 ‘지역주의와 색깔론’으로 덧칠하며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이번 투자가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도록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와 균형발전을 위해 초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