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를 조심히 다뤄주세요
이명애 글·그림
길벗어린이 | 160쪽 | 2만2000원
청춘의 한복판에 자리한 대학가 카페. 에스프레소 머신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리고,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를 오간다.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학생들은 저마다의 봄을 지나고 있다. 테이블을 정리하던 청년이 잠시 손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본다. 창밖에는 벚꽃이 흩날리지만 어쩐지 자신만은 다른 계절을 지나고 있는 것만 같다.
주인공 ‘에게’는 대학에서 기타를 전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겨울도 봄도 아닌 애매한 시기,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신분의 그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분홍빛 시급은 청춘의 시간을 낭만이 아닌 현실의 언어로 보여준다. ‘케이크를 조심히 다뤄주세요. 일급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라는 메모 역시 마찬가지다. 에게에게 케이크는 디저트가 아닌 하루를 버텨낸 흔적이다.
이명애 작가는 에게의 하루를 그래픽노블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회색빛 일상 속 붉은 딸기와 분홍빛 벚꽃은 유난히 선명하다. 푸른 밤에 만난 친구가 반짝이는 벚꽃잎 하나를 건네는 장면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친구는 사람들이 자꾸 놓친 것만 세지만 가끔은 이렇게 날아와 손에 잡히는 것도 있다고 말한다.
잘해보려 할수록 마음처럼 되지 않던 순간들을 지나온 사람들은 안다. 간절했던 만큼 더 크게 흔들리는 시간은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든다. 생일날, 에게는 그만 딸기 케이크를 망가뜨리고 만다. 하루 동안 번 돈을 내고 케이크를 산 그는 연습실로 향했다. 초에 불을 붙이자 따스한 노란빛이 에게를 감싼다. 흐트러진 것은 모양뿐이었다. 케이크는 여전히 달콤했다.
대학에 가지 못했어도, 계획과 다른 길을 걷게 되었어도 곁에 남는 것들이 있다. 에게 옆엔 포기하지 않은 기타가 있고, 비슷한 계절을 지나며 함께 걸어가는 친구도 있다. 삶이 기대한 모양과 달라도 달콤한 것은 여전히 그 안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