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피가 부른 ‘자산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 굳어질 우려
적극적 분배정책 주문 목소리
인천에서 미술학원을 운영중인 유모씨가 지난 24일 원생들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코스피가 9000을 돌파했는데 어째 사람들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SNS에는 큰돈을 벌었다는 ‘인증 글’이 넘쳐나지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습니다. 호황에 올라탈 기회조차 기존의 자산이나 소득에 따라 양극화됐기 때문입니다.
청년층의 타격이 특히 큽니다. 취업은 안 되고 생활비는 오르는데, 누군가는 주식으로 쉽게 자산을 불립니다. ‘출발선’과 ‘안전망’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경향신문 경제부의 기획기사 ‘2030 청년, 벌어지는 출발선’을 소개합니다.
점점 커지는 청년층 ‘K자 격차’
여기 두 청년이 있습니다.
36세 A씨. 삼성전자 정규직으로 연 8000만원의 급여와 성과급으로 2억원의 투자금을 마련해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모은 결과, A씨의 투자금은 2년 만에 2배가 넘는 4억4000만원이 됐습니다. 자산을 크게 불린 A씨 부부는 자녀를 ‘학군지’에서 키우기 위해 상급지 아파트 매매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31세 유모씨. 인천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한 달에 160만~210만원을 법니다. 하지만 창업대출·전세대출 이자와 상가 임대료 등,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고정비용이 월 약 160만원입니다. 대출금과 생활비 때문에 ‘쓰리잡’을 뛰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릅니다. 주식 투자는 물론 적금조차 언감생심입니다.
우량주를 공부하고 투자를 결심한 A씨의 선택이 수익으로 보상받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선택을 할 기회 자체가 양극화된 현실입니다. A씨도 그 사실을 압니다. “우연히 반도체 일을 시작했는데 시대를 잘 타고났죠. 종잣돈이 적으면 수익도 크지 않아요. 자산 형성은 개인 노력과 환경이 50 대 50인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격차가 벌어지기도 해요. 대학생 정연수씨(22)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4000만원을 주식에 넣어 1억원을 만들었습니다. 정씨는 “생활비는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마련할 수 있어서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인 돈을 주식에 ‘올인’할 수 있었다”고 했어요. 반면 대학생 노모씨(23)는 “부모님께 도움받은 것도 없고, 아르바이트로 버는 적은 돈도 생활비로 많이 나간다”며 “지금 주식 시장이 좋은 건 알지만 투자할 여유가 없다”고 했어요.
확 벌어진 자산 양극화는 오늘날 2030세대의 보편적인 풍경입니다. KBS가 20대 가구 자산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자산 격차(빚 제외)는 6억3000만원 대 3327만원으로 무려 19배에 달했습니다.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큰 격차입니다. 반면 9년 전 20대 내부 자산 격차는 6배였고, 전 세대에서 가장 작았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에서는 자산이 많을수록 더 쉽게 부자가 되고, 자산이 적으면 돈을 벌기가 어렵죠. ‘K자 격차’가 확대되는 겁니다. 경향신문은 한 대형 증권사 20·30대 고객 증권 계좌의 최근 6개월간 예탁자산 증가율을 분석해봤어요. 잔액 10억~30억원 미만 구간은 자산이 87.8%나 늘었고, 30억원 이상 구간도 84.9%의 증가율을 기록했어요. 반면 1억~10억원 미만 구간은 56.8% 증가에 그쳤습니다.
자산이 없는 청년들이 ‘시드 머니(초기 자본)’를 쌓으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그 길도 막히고 있어요.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1월(-2.9%포인트)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었어요. ‘쉬었음 청년’ 수와 청년층 실업률 모두 높고요.
정부도 이런 불평등을 의식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역대급 성과급이나 코스피 지수도 ‘나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라는 청년들의 소외감을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어요. 적극적 분배정책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외환위기 이후의 실수(불평등 확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의 속도만이 아니라, 그 성장을 함께 누릴 수 있게 하는 복지국가의 비전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취업준비생 심모씨(30)는 경향신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가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라고 권하는데, 그걸 할 만큼의 돈을 가지지 못한 청년들이 훨씬 많아요. 청년들에게 지금 제일 필요한 건 주식 투자가 아니라 안정적 소득을 줄 일자리나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 안전망 확충이 아닐까요.” 심씨의 말에 정부는 제대로 응답할 수 있을까요? ‘2030 청년, 벌어지는 출발선’ 기획의 후속 기사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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