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한강공원에 능소화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담장을 타고 오른 줄기마다 주홍빛 꽃송이가 다닥다닥 매달려, 멀리서 보면 정말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듯합니다.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어주니, 꽃의 색이 한층 선명하게 살아났습니다.
능소화의 꽃말은 그리움이라고 합니다. 옛날 한 여인이 임금의 발길을 기다리다 끝내 만나지 못하고 담장 아래에서 숨을 거두었는데, 그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능소화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화려한 빛깔 속에 어딘가 애틋한 기다림의 정서가 배어 있는 듯합니다. 높은 곳을 향해 자라가는 줄기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멈추지 않고 뻗어나가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휴대폰과 카메라를 꺼내 들고 꽃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연인은 다정하게 어깨를 맞대고, 아이는 부모 손을 잡은 채 고개를 한껏 젖혀 꽃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이, 강바람이 불어와 꽃잎 몇 장을 흩날렸습니다. 누군가는 그리운 얼굴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푸른 하늘과 붉은 꽃, 그리고 그 앞에 선 사람들. 뚝섬의 여름은 그리움 한 자락을 품은 채, 한 장의 풍경으로 완성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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