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구성면 광명리 양파밭에서 지난 15일 열린 ‘양파 최저생산비(1kg, 800원) 보장을 위한 전국동시다발 양파밭 갈아엎기 투쟁’에 참여한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소속 농민이 트랙터로 양파밭을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인건비를 빼고도 평당(3.3㎡) 1만원은 나와야 적자를 면하는데, 그게 안 되니 갈아엎어야지요.”
경북 김천에서 6년째 양파 농사를 짓는 송성호씨(49)는 올해 수확을 앞둔 양파밭 일부를 갈아엎었다. 송씨는 “평당 1만3000원 정도는 나와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이 중 3000원가량은 인건비”라며 “정부 지원으로 평당 8200원을 받고 산지 폐기에 참여하고 있지만 농민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파 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경북과 전남 등 주요 산지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산 양파값이 수입산보다 낮게 거래되는 역전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정보를 보면 지난달 양파(상품) 도매가격은 ㎏당 57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12원보다 29.8% 하락했다. 평년 가격인 854원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33.3%나 된다.
가격 하락은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이 겹친 결과다. 양파는 보통 4월쯤 수확하는 조생종과 5~6월에 수확하는 중만생종으로 나뉜다. 이후 새로 수확되는 물량은 거의 없어 5~6월 가격이 한 해 농가 소득을 좌우한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이 지난 5월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연 ‘농산물값 폭락·산지폐기 중단·공정가격 보장 및 송미령 장관 해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1인당 연간 양파 소비량은 2019년 30.9㎏에서 2024년 25.8㎏으로 약 5㎏ 줄었다. 반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전국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을 108만8000t 안팎으로 전망했다. 평년보다 3.9%, 지난해보다 0.7% 많은 수준이다. 경북지역 양파 생산량도 17만5546t으로 지난해보다 5.7% 늘 것으로 경북도는 보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양파 생육에 유리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같은 면적에서도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며 “반면 1인 가구 증가와 외식문화 확산 등으로 가정 소비는 줄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역전 현상도 확인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25일 가락시장 국산 양파(상품) 도매가격은 ㎏당 821원이었다. 같은 날 수입산 양파는 ㎏당 1500원에 거래됐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말부터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송씨는 “국산 양파가 수입산보다 싸게 거래되는 것은 국내 양파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것”이라며 “의성지역에서는 하루 인건비가 17만~18만원까지 오른 적도 있다. 비룟값과 비닐값 등 농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대부분 농가가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판로 확대와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경북도는 농특산물 쇼핑몰 ‘고향장터 사이소’에서 다음 달 10일까지 30% 할인 기획전을 열고, 대만·싱가포르 등으로 수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협 전남본부와 무안군 등도 할인 판매와 수도권 직거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산지 폐기와 일회성 판촉만으로는 반복되는 가격 폭락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병근 경북도의원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가격이 폭락하면 책임은 농민들이 떠안고 있다”며 “계약재배 비중을 현행 9%에서 3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