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부산엔 흔한 가로수…일본선 “청산가리보다 독하다” 경고
협죽도. 위키피디아
분홍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여름. 제주도 해안도로와 부산, 울산,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꽃나무가 있다. 공원과 도로변, 학교 담장 옆에도 심겨 있는 협죽도다.
꽃은 아름답지만 이 나무에는 의외의 이력이 있다. 바로 ‘독성’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협죽도를 두고 “청산가리보다 강한 독성을 가진 식물”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협죽도는 세계적으로 독성이 강한 관상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잎 한 장에도 독…심장 멈출 수도
협죽도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상록관목이다. 키는 2~5m까지 자라며 6월부터 9월까지 분홍색, 흰색, 붉은색 꽃을 피운다. 더위와 가뭄, 바닷바람에 강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로수와 조경수로 널리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와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 꽃나무다.
하지만 협죽도는 독성식물이다. ‘올레안드린(Oleandrin)’이라는 강심배당체 성분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올레안드린은 심장 기능에 필수적인 나트륨·칼륨 펌프를 억제한다. 중독 시 구토, 복통, 어지럼증,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실제 중독 사례가 보고됐다. 대한응급의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증례 보고에 따르면 한 남성이 협죽도를 달인 물을 마신 뒤 구토와 복통, 심장 전도 장애 증상을 보여 응급치료를 받았다. 연구진은 “협죽도에 포함된 올레안드린은 디곡신 중독과 유사한 심장 독성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더 놀라운 점은 독성이 특정 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제 독성학 리뷰 논문에 따르면 잎, 꽃, 줄기, 수액, 씨앗 등 식물 전체에 독성 성분이 존재한다. 심지어 불에 태운 뒤에도 독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 간사이TV는 24일 수목의사 우에오 마사미 씨 인터뷰를 통해 협죽도 독성을 집중 조명했다. 일본 보도에서 가장 눈길을 끈 표현은 ‘청산가리보다 30배 강한 독성’이었다. 전문가들은 ‘청산가리의 정확히 30배’라고 단정할 수 있는 공인된 국제 기준은 없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소량 섭취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국제 독성학 논문에서는 어린아이의 경우 잎 한 장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렇게 위험한데 왜 가로수로 심을까
협죽도.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왜 협죽도는 전국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을까. 이유는 생명력 때문이다. 협죽도는 폭염, 가뭄, 염분, 강풍에 강하다. 해안 지역에서도 잘 자라고 자동차 배기가스에도 강해 오래전부터 가로수와 중앙분리대 수종으로 활용됐다.
한국에서도 제주도 해안도로, 부산 태종대 일대, 울산과 경남 남해안 지역 공원·도로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여름철이면 분홍색·흰색 꽃이 수개월 동안 피어 조경수로 인기가 높다.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는 협죽도가 ‘시의 꽃’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1950년대 태풍과 해일 피해로 대부분 식물이 죽어가던 시기에 협죽도만 살아남아 꽃을 피웠고, 시민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부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접촉만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꽃이나 잎을 입에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가지를 자른 뒤 나온 수액이 눈이나 입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캠핑이나 야외 활동 때 협죽도 가지를 젓가락이나 꼬치로 사용하거나, 잘라낸 가지를 모닥불에 태우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독성 성분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꽃과 강한 생명력 덕분에 사랑받아온 협죽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문가들도 경고하는 강한 독성이 숨어 있다. 올여름 공원이나 해안도로에서 협죽도를 만나더라도 “예쁜 꽃” 정도로만 감상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