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 미도 문방구 입구에 사장 부부가 폐업을 하면서 단골 손님들에게 남긴 손편지가 붙어 있다. SNS 갈무리
학교 앞 문방구엔 없는 것이 없었다. 연필·지우개 같은 필기도구는 물론이고 참고서부터 리코더, ‘쫄쫄이’와 쥐포 같은 간식거리도 진열돼 있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성탄절 카드도 모두 그곳에서 살 수 있었다. 종이 상자에 노란 병아리를 넣어놓고 파는 날도 있었다. 짝꿍이 자랑하던 최신식 샤프펜슬도 만져볼 수 있었고, 빠뜨리고 온 준비물도 그곳에 가면 해결됐다. 하굣길 문방구에 들러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고 미니오락기에서 오락을 하는 그 순간만은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랬다. 변변한 놀이나 문화 공간이 없던 그 시절 문방구는 동심에겐 일종의 소우주였다.
하굣길 아이들로 왁자지껄하던 문방구의 위세는 2000년대 이후 시들해졌다. ‘팬시 문구점’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동네 문방구에 아이들의 발길이 점차 줄었다. 대형마트와 저가 생활용품점이 급속히 늘면서 문방구 입지는 더 좁아졌다. 2011년부터 시행된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의 영향도 컸다. 학생들이 준비물을 살 필요가 없으니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문방구의 쇠락에는 시장 환경 변화와 저출생으로 인한 초등학생 감소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1999년 약 2만6900개이던 전국 문구용품 소매점은 지난해 4000곳 이하로 줄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미도 문방구’도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문방구 중 하나다. 최근 이 문방구 사장이 폐업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남긴 손편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가게에 붙인 편지에는 “비록 문은 닫지만 여러분의 멋진 앞날을 멀리서 응원하겠다”고 쓰여 있다. 두 번째 편지에는 “내가 참 좋아했던 친구들”이라며 민찬이, 서원이, 준서… 단골 아이들 20여명의 이름이 나열됐다. 15년간 문방구를 운영해온 부부는 이제 70대에 접어든 데다, 지난 20일 상가 계약이 만료되자 문을 닫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 19일 이 사연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
동네 문방구가 문을 닫는단 얘기가 새삼스럽진 않지만, 어린 시절 문방구에 얽힌 저마다의 추억을 간직한 세대들에게는 마음 한쪽이 아릿해지는 일이다. 문방구에 이어 앞으로 또 어떤 추억의 공간이 자취를 감추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