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26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과달라하라(멕시코) | 문재원 기자
기적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온 나라가 ‘경우의 수’를 따지며 32강 진출을 염원했으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최종 순위는 34위로 기록됐다. 과거 대회에서 32개국이 경쟁한 것을 감안하면 역대 최악의 굴욕이다.
개막 전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손흥민·김민재·이강인 등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이 즐비한 데다, 한국이 속한 A조는 공동 개최국 멕시코를 제외하면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남아공전의 졸전은 월드컵 사상 최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가장 큰 책임은 홍명보 감독에게 있다. 홍 감독은 남아공전 선발에서 주장 손흥민 선수를 제외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 패배 후에도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외려 “저도 당황스럽다”는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홍명보호의 좌초는 예고된 참사일지 모른다. 홍 감독은 2024년 사령탑에 오를 때 불공정 시비에 휘말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수많은 외국인 후보들을 제치고, 면접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홍 감독을 선임했다. 취임 후에도 그는 뚜렷한 축구 철학이나 창의적 전략·전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보낸 2년간의 총합이 ‘북중미 참사’로 이어졌다. 홍 감독은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도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월드컵 직전 미리 사임을 발표했다고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정 회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홍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 승부조작 연루자 등 기습 사면 시도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 감사를 벌여 정 회장 등 수뇌부에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정 회장의 4연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간선제’가 있다. 소수 선거인단의 3분의 1가량이 협회 산하 단체장과 임원들이다. 국무조정실은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과제에 축구협회 혁신을 포함시키며 ‘회장 직선제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당장 직선제 도입이 어렵다면, 선거인단이라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의 정몽규’가 회장이 되고, 그 회장이 ‘제2의 홍명보’를 감독으로 선임하게 될 수도 있다. ‘축구협회 카르텔’에 대한 발본적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