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집권 야당’ 대표라고 불린 적이 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있던 2월9일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낸 성명 제목은 ‘집권 야당의 폭주, 지금 멈춰야 한다’였다. 정 전 대표가 여당이 아닌 야당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이었다.
최근 대표직을 내려놓은 그는 연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다. 정부를 향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요구하는 잇단 메시지는 여당보다는 야당의 논평처럼 읽힌다. 딴지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본인은 딴지를 ‘민심의 척도’라고 말하지만,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노골적인 비난 글이 잇따르는 곳이기도 하다.
정 전 대표는 국민보다는 당원에게 더 소구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모두의 대통령’을 표방하는 이 대통령과의 불화는 필연적이었다. 지방선거를 “큰 승리”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 안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연임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거 패배 정청래 책임론은 반쪽짜리
민심은 대통령을 향한 1차 경고였다
권력 행사, 절제될 때 힘 얻을 수 있어
공소취소 포기로 국정동력 회복해야
그럼에도 선거 결과 책임을 정 전 대표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6·3 선거는 지난 1년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무대였다. 여당의 패배라면 가장 큰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귀속된다. 이 대통령 또한 6월8일 취임 1년 회견에서 “국민이 저에게 주는 경고” “결론은 나의 부족함”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밝히지 않았고, 여당 지도부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여당 우위의 지방선거 판이 흔들린 건 4월30일부터였다. 여당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가 가능한 조작기소 특검법을 전격 발의한 날이다. ‘대통령이 자기 죄를 스스로 사하려 한다’는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격전지 여당 캠프에서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5월4일 “시기나 절차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달라”고 밝혔지만, 내용 수정이나 법안 철회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재판중지법 논란 당시 신속하게 반대 메시지를 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선거를 하루 앞둔 6월2일에는 국무회의에서 검찰을 향해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NS상 메시지도 점차 거칠어졌다. 선거 당일 엑스에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하셨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야당이 반발하자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자님 말씀에 화낼 이유가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전투표 당시 투표용지 노출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선거 결과는 보수층 결집과 중도·2030 이탈이라는 흐름을 보여줬다. 이는 정부를 향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결과였다. ‘절윤’하지 못하는 보수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하려던 일부 유권자들이, 오만해 보이는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다시 투표장으로 향한 셈이다.
이를 외면한 채 여당 문제만 지적하는 것은 반쪽짜리 진단이다. 선거 이후 심화한 여당 내 갈등 역시 패배의 원인이라기보다 여파에 가깝다. 더구나 지지율 하락은 핵심 지지층이 아닌 중도와 2030의 이탈에서 비롯됐다. 청와대와 좀 더 합이 맞는 여당 지도부가 들어서면 지지율이 자연스레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권력은 과하면 넘친다. 넘친 권력은 필연적으로 반발을 부른다. 이번에는 견제였지만 다음 총선에서는 심판이 될 수 있다. 민심을 누구보다 기민하게 읽는 이 대통령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각종 공개회의 석상과 SNS에서 집권 초처럼 절제된 모습을 보인다.
집권 2년 차 국정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듭을 풀고 가야 한다.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를 포기해야 한다. 잘못된 검찰권 행사는 바로잡혀야 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소가 국가폭력 수준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다수 시민이 공소취소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특검법에서 공소취소 조항을 빼자고 선언한다면, 그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릴 것이다. 민심은 절제하는 권력에 힘을 실어준다. 지방선거가 던진 경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다시 대통령의 시간이다.
강병한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