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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자진 사퇴"···감독의 오판, 선수의 오만, 협회의 오산으로 '실종된 한국 축구'

입력 2026.06.28 21:21

수정 2026.06.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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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 홍명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과달라하라(멕시코) |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착잡 홍명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과달라하라(멕시코) |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멕시코전서 안 통한 ‘플랜A’ 스리백 변화 없이 고집, 결국 ‘참사’
‘황금세대’ 힘 못 쓰고 교체아웃 불평·조직력 부족 등 모습 노출
당장 아시안컵 ‘비상’…최휘영 장관 “위원회 구성, 철저히 조사”

이번엔 다를 줄 알았다. 12년 전 브라질 실패와는 달리 성공을 다짐한 홍명보호는 북중미에서도 침몰했다. 역대 최고 성적을 꿈꿨지만, 현실은 최악의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홍명보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와 협회까지 모두 엇박자를 내면서 발생한 총체적 난국의 결과물이다.

■ 감독의 오판…뻔한 축구는 모두 안다

2024년 7월 출범한 홍명보호 2기는 이번 대회 순항을 의심받지 않았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하늘이 도왔다는 표현처럼 유리한 구도가 짜였다. 개최국보다 짧은 이동 거리(637㎞)와 무난한 조 편성(멕시코·체코·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감안할 때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르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고지대(해발 1571m)만 극복한다면 32강 진출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한국은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스타트를 잘 끊었다. 홍 감독이 개최국 멕시코와 맞대결을 앞두고 “2002년의 4강 기록을 넘기를 바란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을 정도다.

문제는 홍 감독이 고집한 전술이었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에서 처음 꺼낸 스리백은 현대 축구에서 충분히 검증된 전술이다. 홍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강호들과 맞설 플랜A로 스리백을 갈고닦았는데, 수비 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공격 전개에 도움이 안 됐다. 후방의 숫자만 늘렸을 뿐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공격 시도가 없었다. 상대로서는 한국에 공간만 내주지 않으면 됐다. 멕시코전에서 뒷공간을 노리는 구상은 상대의 촘촘한 수비에 힘을 못 썼고, 예상하지 못한 실수에 통한의 0-1 패배를 당했다.

이미 노출된 전술을 남아프리카공화국전(0-1 패)에서도 반복한 대가는 뼈아팠다.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무기력한 축구는 팬들의 실망만 불렀다. 홍 감독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롭게 변형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 이름값만 빛난 황금세대, 최선 다했나

북중미 월드컵의 처참한 실패는 화려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속이 쓰리다. 이번 대회를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활동 무대를 옮긴 손흥민(LAFC)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해외파들의 존재감은 ‘황금세대’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 황금세대가 굵직한 대회에서 힘을 못 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아시안컵에선 대회 기간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고, 이번 월드컵은 손흥민의 활약상이 아닌 출전 시간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선수들이 교체아웃되면서 뭔가 크게 불평하는 듯한 제스처는 감독에 대한 월권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이강인이 볼을 오래 끄는 습성이 있는 건 맞다. 그래도 상대 3, 4명에게 에워싸인 이강인에게 접근해 볼을 받으려 하는 동료 선수들이 없었다는 것은 동료애가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큰형님’처럼 선수들을 감싼 홍 감독이 이번 대회에선 작은 실수 하나 용납하지 않은 것도 선수들을 휘어잡지 못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문화에 친숙하지 않은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는 선수단 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1~2차전에 기용하지 않았다. 감독이 아량을 베풀지 못한 것도 답답했고 그렇다고 카스트로프가 남아공전에서 보여준 플레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자신을 둘러싼 거센 비판에 강경 대응을 선언한 설영우(즈베즈다)의 처신도 적절하지 않았다. 과도한 비난과 인신 공격 등에 마음이 쓰일 수도 있었지만, 월드컵에 전념할 시기에 팬들과 싸운다는 인식을 남겼다.

■ 수장 물러난 협회의 안이한 인식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월드컵으로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절차적 흠결에도 홍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는 안이한 인식과 월드컵 실패가 맞물리면서 한국 축구의 미래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

당장 내년 1월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홍 감독이 거취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월드컵 직후 물러나기로 약속한 상황에서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축구는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SNS에 “전문가들로 하여금 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과정에 드러나는 무능과 부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중히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이미 몇년 전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왜 이런 상황을 맞이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는 게 비참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책임은 감독의 몫”이라고 말했던 홍명보 감독(57)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참사로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홍 감독은 2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입장문을 읽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감독은 “끝까지 함께 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오늘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다. 대표팀이 다시 국민의 응원과 신뢰를 받는 팀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계약이 남았으나 조별리그 통과에도 실패한 성적에 책임을 지면서 조기에 물러났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주장으로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1무 2패)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도자로 또 한 번 오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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