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추진하던 국민참여 토론회를 전격 취소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5가 인근 약국 밀집 지역을 지나는 한 시민의 모습. 이준헌 기자
정부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추진하던 국민참여 토론회를 전격 취소했다.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화를 둘러싼 비판이 커지자 여론을 의식해 정책 추진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다음달 4일 개최할 예정이던 ‘모두의 토론회’ 취소가 결정됐다. 당초 정부는 국민이 직접 정책 논의에 참여하는 공론장인 모두의 토론회의 첫 번째 주제로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선정하고, 국민참여단 200명이 논의하는 방식으로 공론화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토론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탈모 급여 확대에 대한 여러 입장이 충분히 제기된 점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회는 중단하더라도, 청년을 비롯한 국민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발굴은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알렸다.
토론회 취소는 최근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둘러싼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정책간담회에서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제시했다. 복지부는 취업을 앞둔 청년층이 탈모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점을 고려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추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학계와 환자단체에서는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추진하는 탈모 급여 확대는 건강보험의 근간인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가 공론화 계획을 일단 접으면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논의는 당분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려면 의학적 필요성과 재정 영향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정책적 타당성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데, 공론화 절차마저 중단되면서 논의 동력이 크게 약화했다. 정부가 향후 별도의 정책 연구나 의견 수렴을 거쳐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은 있지만, 올해 하반기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