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문재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에게 선거사무소 설치와 후원회 구성을 금지하는 현행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재판관들 사이에서는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이 합헌 의견보다 많거나 동수를 이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4일 공직선거법 57조의 3 1항 1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법재판관 3(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비례대표 후보 지망자에게 선거사무소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2020년 4·15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5번으로 당선된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로 그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4년 2월15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 전 의원은 1심 재판 중 기소 근거가 된 조항들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2021년 10월 직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재판관 다수는 이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론이 났다. 합헌 의견을 낸 정정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이 조항이 경선 과열을 막기 위한 정당한 입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전국 단위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하는 비례대표 경선에서 특정 장소에 사무소를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선거사무소 설치를 허용할 경우 후보자의 경제력이 당선 가능성을 좌우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반면 김형두 재판관 등 5명은 선거사무소가 경선 운동을 위한 필수적이고 최소한의 물적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선거사무소의 개수나 면적, 상근 인력 등을 제한하는 대안이 있음에도 사무소 개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비례대표 후보 지망자의 후원회 지정을 금지한 정치자금법 6조 4호에 대해서도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합헌 의견을 낸 김형두·정정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비례대표 지망자가 지역구 예비후보와 달리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운동만 허용된다는 점, 전국에 산재한 후원회를 통제하는 데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김복형·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 등 4명은 후원회 금지가 자금력이 부족한 신진 정치 세력의 진입을 원천 봉쇄해 경쟁을 통한 정치 발전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