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 김지미 특검보가 29일 과천 특검사무실에서 수사 관련 사항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창영 2차 종합특검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다이어리에 적힌 메모를 근거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 관련 지시를 하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특검이 단편적인 표현을 근거로 무리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은 2024년 12월3일 내란 당시 실무관 A씨가 작성한 다이어리를 확보했다. 다이어리엔 A씨가 홍 전 차장 산하 부서장 B씨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이 1쪽 분량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계엄 직후 조태용 전 국정원장 주재로 정무직 회의를 열었고, 곧이어 부서장 회의를 열었다. 홍 전 차장이 B씨에게, B씨가 A씨에게 말한 내용이 메모로 확보된 것이다.
특검이 문제로 보는 메모는 “원장님은 우리가 그간 을지연습(전시·사변·비상사태 대비훈련) 때 논의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금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심” “방첩사 컨택 유지” “경찰청 컨택 유지” 등 세 부분이다. 홍 전 차장이 조 전 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을지연습을 언급하면서 계엄 관련 업무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종합특검은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을지연습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 내란의 예행연습을 했다”고 인정한 만큼 해당 발언이 있었다면 내란 중요임무종사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홍 전 차장은 부서장 회의에서 구체적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계엄 때 법률상 국정원이 뭘 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정리해 보고하라”는 조 전 원장의 지시를 단순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홍 전 차장은 을지훈련이 비상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라 매뉴얼 작성 시 이를 참고하라고 한 것이지, 계엄 사무를 지시한 게 아니라고 특검에 진술했다. 메모와 달리 조 전 원장이 을지훈련을 언급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지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취지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A씨 메모엔 다른 내용도 담겼다. A씨는 B씨가 홍 전 차장의 말을 옮긴 부분을 추려 ‘차장님 발언’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정무직들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생각이 많지 않음” “각 부서에서 할 일 정리해보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하심”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홍 전 차장 측은 두 메모가 당시 회의에서 구체적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정황 증거라고 주장한다.
권영빈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 전 차장이 부인하는 내용에 부합하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면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정원 관계자 8명이 입건됐다”면서 “추가 수사 여부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4일 국가안보실이 우방국에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조 전 원장이 ‘비상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라’는 국가안보실의 요청을 받아 홍 전 차장 산하 해외담당국장 A씨에게 직접 지시했고, 해외담당국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국정원으로 불러 계엄 옹호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