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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김진규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절박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신생아분과 세부전문의인 그는 전북 유일의 권역모자의료센터 전북대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을 책임지는 유일한 교수다.

홀로 신생아 중환자 진료를 맡아온 그는 과중한 업무를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다음달 병원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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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등에 칼을 꽂는 심정으로 떠난다” 전북 유일 권역 신생아중환자실 교수가 병원 떠나는 이유

입력 2026.06.30 06:00

수정 2026.06.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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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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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신생아중환자실을 볼 교수들이 줄면서, 분만 인프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는 모습. 연합뉴스

지역의 신생아중환자실을 볼 교수들이 줄면서, 분만 인프라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는 모습. 연합뉴스

“그만두는 마음은 제가 제 등에 칼을 꽂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정말 답이 없습니다. ‘여기 불났다’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에요.”

김진규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절박한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신생아분과 세부전문의인 그는 전북 유일의 권역모자의료센터 전북대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을 책임지는 유일한 교수다. 홀로 신생아 중환자 진료를 맡아온 그는 과중한 업무를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다음달 병원을 떠날 예정이다.

김 교수가 사직하면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운영 중단 위기에 놓인다. 이 경우 다태아·고위험 산모는 다른 지역으로 원정 분만을 떠나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김 교수의 사직은 지역 필수의료 공백과, 그 공백을 장시간 노동으로 메우고 있는 의료인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서울에서 수련을 마친 김 교수는 전북대병원이 어린이병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듣고 수도권 병원 대신 2012년 이 병원을 선택했다. 그는 “원 없이 환자를 보고 좋은 장비도 지원받으며 일에 빠져서 열심히 일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가 부임한 뒤 전북대병원의 소아 입원 환자는 3년 만에 6배로 늘었다. 그는 “예전에는 서울이나 대전, 대구, 부산으로 가던 아이들이 전북대병원을 찾기 시작했다”면서 환자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할 만큼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보람과 사명감만으로는 진료를 이어가기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소아청소년과 교수 2명이 잇따라 전북대병원을 떠나 현재 병원에는 김 교수와 입원전담전문의 2명만 남았다. 그동안 김 교수의 업무를 나눠 맡던 전공의 2명 가운데 한 명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고, 다른 한 명은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신생아중환자실 업무에서 빠지게 됐다.

7월부터 김 교수는 주간 진료 외에도 평일에 최소 사흘 동안 당직을 서야 한다. 주 90시간 근무에 50시간 가까운 연속 근무가 반복되는 일정이다.

장시간 업무가 계속되자 그의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의 어느 주, 그는 목요일 오전 7시 집을 나선 뒤 토요일 오전 8시까지 49시간 동안 신생아중환자실을 지켰다. 근무를 마친 뒤 아이들에게 줄 햄버거를 사러 갔다가 자동문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이 움직이지 않아 그대로 유리문에 머리를 부딪쳤다. 운전이 두려울 정도로 사고가 마비돼, 1㎞ 떨어진 집까지 운전해서 가지도 못했다.

김 교수는 “정신과에서는 번아웃이라고 했지만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저뿐 아니라 전국의 신생아과 교수들이 24시간 언제든 호출을 받아야 하는 ‘온콜(on-call)’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외롭다”고 했다.

고위험 분만을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뿐 아니라 24시간 신생아중환자실을 지킬 신생아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연봉을 6억~7억원까지 제시해도 신생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하다.

이미 붕괴의 초입을 넘어선 분만 인프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한두 개의 지원책을 내놓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지역수가를 비롯한 여러 대책을 내놓으며 노력하는 것은 맞지만, 한 부처의 정책 몇 개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며 “‘빅5’ 병원을 제외하면 수도권조차 신생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놔도 예전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신생아중환자실 운영 의료기관 101곳 가운데 54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권역에서는 대학병원 한 곳이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중환자 진료를 사실상 책임지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지역에서 신생아중환자실을 지킬 의사의 대가 끊기고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를 교육하고 신생아 세부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는 지도전문의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200명이 있는데 서울 97명, 경기 37명으로 수도권에만 134명(67.0%)이 몰렸다. 반면 전북은 3명, 충북과 제주는 각각 2명뿐이었다. 김 교수는 “지역에서는 지도전문의 한 명만 그만둬도 지역 진료체계 자체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년 차는 13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8명이 서울대병원에 몰려 있다.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고위험 임신은 오히려 늘어 현재 전체 분만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신생아중환자실이 확보되지 않으면 산부인과 의사가 있어도 고위험 산모의 분만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전라남·북도가 가장 취약한 상황”이라며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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