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국노총 조합원들이 2024년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입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정년 연장 입법이 결국 하반기로 미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지난해 말 법안을 발의하려다 청년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6·3 지방선거 이후로 일정을 연기했고, 이후 6월 입법을 공언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지방선거 이후 한 차례도 공식회의를 열지 않았다.
대신 최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찾아 특위가 마련한 정년 연장 절충안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 61세로 연장한 뒤 2년마다 1세씩 높여 2037년 65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이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함께 도입하고, 정년 연장 대상자의 근로시간 조정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동조합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도 담겼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노조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년 연장 시기가 지나치게 늦다고 본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지는 만큼 퇴직 후 소득 공백을 줄이려면 정년 연장 시점도 더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앞당긴다면 퇴직 후 재고용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2037년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안은 너무 늦다”며 “연장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고, 단계적으로 정년을 늘리는 과정에서 재고용 제도를 결합하는 방식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에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사가 합의해 임금이나 노동시간, 근로조건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의 임금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깎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특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 체계에서 정년만 늘리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또 기업이 업무 필요성에 맞게 인력을 선발하고 임금·근로조건을 조정할 수 있도록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입법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청년 고용 악화도 있다. 정년 연장이 청년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데다, 올해 들어 청년 고용지표까지 악화하면서 정치권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위 관계자는 “청년 고용 문제 때문에 청와대에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5000명 줄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1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노동계는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고 논의를 미루기보다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식회의를 빨리 열어야 한다”며 “청년 문제든 노사 간 이견이든 회의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