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광주일고와의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배재고 선수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KBSA 유튜브 영상 캡처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지난 29일 청룡기대회 1회전 광주일고와의 경기 도중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를 외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더그아웃에서 율동을 곁들여 ‘스타벅스 가야지’라며 떼창을 했고, 일부 선수는 ‘탱크데이’라고 외쳤다. 이에 광주일고 코칭스태프가 심판에게 항의해 게임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모습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유튜브 동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가치관 형성기 학생들이, 그것도 스포츠맨십을 발휘해야 할 운동경기에서 어떻게 저런 반사회적·반인권적 혐오 구호를 아무렇지도 않게 외칠 수 있는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들의 응원 구호는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에서 끌어온 것이다. 스타벅스가 5·18 46주기인 5월18일 ‘탱크 시리즈’ 텀블러 이벤트를 하자 5·18을 조롱한 것이라는 비판이 빗발쳤고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이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도 배재고 선수들은 광주의 고교팀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면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를 외쳤다. ‘탱크데이’ 이벤트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것이다. 명백한 5·18 조롱이요, 2차 가해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다수의 고교생이 계엄군 총칼에 목숨을 잃었다. 광주일고 운동장은 계엄군 연병장으로 쓰였다. 그 여파로 그해 청룡기대회에 광주일고는 출전하지도 못했다. 광주의 다른 학교 학생들처럼 광주일고 학생들 또한 5·18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그런 이들의 후배들 면전에서 배재고 선수들은 5·18을 조롱했다. 이스라엘과의 경기 도중 상대팀 선수들이 홀로코스트를 집단적으로 조롱한 격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해당 팀은 물론 선수들도 더는 국제대회에 얼굴을 내밀 수 없을 것이다.
배재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광주일고에 사과했다. 배재고도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그러나 이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회 주최 측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서울시교육청은 신속히 진상을 규명해 학교·팀·코칭스태프·선수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교 야구대회에서 이런 ‘혐오 응원’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차제에 경기장 내 혐오 발언을 강력히 제재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은 청소년들 사이에 극우식 혐오 발언이 놀이문화처럼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정략적으로, 상업적으로 혐오 발언을 일삼는 극우 정치인·유튜버 영향이 클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들의 혐오 발언을 방치한 결과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극우 발언 수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로 이를 규제할 사회적 기준이 절실하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하루빨리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혐오 발언은 심각한 사회적 일탈임을 각인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