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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사태로 확인된 ‘혐오의 일상화’…학생들에 스며든 ‘극우 놀이’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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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불거진 '지역 혐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혐오 표현 사용이 이미 놀이처럼 일상화돼있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학생들이 '~ 노' '북딱북딱' 등 일베 용어롤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기존 비속어마저 일베 용어로 대체됐다"며 "과거엔 교사들이 지적하고 주변 친구들도 만류하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그런 말을 하면 '선생님 좌빨이냐' '전교조냐' '페미냐' 등의 말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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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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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사태로 확인된 ‘혐오의 일상화’…학생들에 스며든 ‘극우 놀이’ 어떻게 대응할까

입력 2026.06.30 18:17

수정 2026.06.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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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가 부르고 있는 배재고 선수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KBSA 유튜브 영상 캡처

응원가 부르고 있는 배재고 선수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KBSA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고교야구 대회 도중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불거진 ‘지역 혐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제일고 야구부 학생들은 시민들을 짓밟던 군사정권의 만행을 현장에서 목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선배들이 겪은 비극이 46년 뒤 어린 후배들을 향한 ‘조롱의 언어’로 운동장에서 재현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일베 등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비되어온 5·18 민주화운동 왜곡과 지역 혐오 표현이 학교·스포츠 현장 등 일상으로 확산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30일 “극우 세력이 청소년이나 일부 계층의 호응을 얻으며 혐오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규정했다.

교실까지 파고든 일베식 ‘밈’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혐오 표현 사용이 이미 놀이처럼 일상화돼있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학생들이 ‘~노’ ‘북딱북딱’ 등 일베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기존 비속어마저 일베 용어로 대체됐다”며 “과거엔 교사들이 지적하고 주변 친구들도 만류하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그런 말을 하면 ‘선생님 좌빨이냐’ ‘전교조냐’ ‘페미냐’ 등의 말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얘기하면 학생들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거나 정치적 발언이라며 녹음하는 경우도 있다”며 “교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교사 유모씨도 “학생들이 아무런 경각심 없이 일베 용어를 쓴다”며 “과제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코알라에 합성하거나 바위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사진과 영상을 만들고, ‘운지’ ‘야 기분좋다’ 등 표현을 교사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걸 지적하면 ‘자기는 몰랐다’ ‘그냥 애들이 써서 쓴 거다’라고 말하는데 그 뒤로도 또 쓴다”며 “학생들이 일베 용어가 아니라고 우기면 특별히 지도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 “규제·교육 함께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규제와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에서의 혐오 표현 등장은 온라인에서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스포츠 등 특정 영역에서라도 혐오 표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놀이처럼 즐기는 것이 명백한 의도가 없어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손쉽게 동참하고 피해자까지 생긴다”며 “나쁜 의도가 없다고 해도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구 교수는 “학생들은 키득거리며 하는 ‘일베 놀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잘못이라는 걸 모른다”며 “교육 현장도 이런 표현들을 규제하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개인적·우발적 일탈이 아니다. 전반적인 (사회) 구조적 변동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엄격한 매뉴얼과 처벌 강화가 필요하고 민주시민 교육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어른들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사회가 사태 발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반성이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5·18에 대한 폄훼를 담은 스타벅스의 ‘탱크데이’가 지금 청소년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직시하고 분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기성세대로서 더 성숙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학생들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상처와 부담을 떠안게 한 현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배재학당 총동창회도 이날 올린 입장문에서 “학생 선수들에 대한 평소 교육과 지도, 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며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학교 지도부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총동창회는 “학교 최고 책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배재고 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교육청·야구협회, 경위 파악 등 조치 착수

배재고는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재고는 “논란에 연루된 ‘해당 학생 선수’를 생활교육위원회에 넘겨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사안을 특정 선수의 일탈로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기 중계 영상을 보면 선수들이 단체로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배재고는 또 “해당 학생 선수를 즉시 제지했다”고 밝혔지만 광주제일고 측이 강력히 항의한 후에야 제지가 이뤄졌다.

교육당국은 사실관계 파악 등 조처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배재고를 방문해 발생 경위와 학교의 후속 조치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서울 내 전체 학교 운동부를 대상으로 혐오·차별 표현 근절과 인권 감수성, 역사인식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이날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7월1일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해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한 절차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전날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내뱉은 구호에서 시작됐다. 배재고 선수들은 경기 후반인 8회초 6대2로 승기를 잡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하 논란이 일었던 스타벅스 이벤트 관련 표현을 반복해 외치면서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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