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정부와 기업들이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국민의힘이 ‘관치’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800조원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이 정부 강요로 이뤄졌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그런 논리라면 인공지능발 구조 변혁기를 맞아 각국이 펼치는 공격적 산업정책도 모두 ‘관치’라고 할 참인지 묻고 싶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30일 호남 반도체 공장 추진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날 “정부의 관치 개입에 따른 억지 결정”이란 비판에 이은 것이다.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하며 “강요나 협박이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탄핵과 형사 처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정부와 기업이 사업성과 국가적 필요를 고려해 결정한 투자를 사익 편취를 위해 재단에 자금 출연을 강요한 것에 빗대는 건 가당치 않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이재명 정부가 미래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내놓은 국가적 전략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경쟁국들이 정부 주도로 민간의 천문학적 투자를 독려하며 기술패권 경쟁에 나선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의 산업 정책적 결정을 ‘관치’라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다. 자유무역 체제가 쇠퇴하고 경제안보 시대가 되면서 국가가 전략산업의 생태계를 설계하는 산업정책이 보편화되는 흐름을 국민의힘은 모른 체할 건가.
정부는 국민경제 전반의 고른 발전도 중시해야 한다. 영호남과 충청을 고루 아우르는 첨단산업 3축이 형성된다면 미래 성장의 토대를 놓으며 수도권·지방의 심각한 불균형도 해소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올 1분기 지역내총생산을 보면 수도권 5.3%, 충청권 4.2%, 대구·경북권이 2.3% 성장한 반면 호남권은 0%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호남 반도체 공장을 ‘국가 균열 전략’이라 비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20여년 전 노무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국가적 의제로 제시했을 때 보수야당이 ‘수도 이전’ 헌법소원을 통해 막아선 것이 수도권 일극주의를 강화시킨 계기가 됐다. 더구나 호남은 1960~1980년대 산업화 시기 불균등 발전의 최대 피해 지역이었다. 이 불평등을 수정하자는 게 그리 잘못인가. 역대로 균형발전에 역행해온 원죄가 있는 보수세력이 이번 프로젝트에 무슨 불만이 그토록 많은지 의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