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전문가 평가는
영남 중심 산업정책, 호남으로 거점 분산…수도권 집중 완화 기대
산단 조성 10년 → 5년 단축 계획엔 ‘공장 가동까진 비현실적’ 지적
일자리 창출 효과 적은 데이터센터…“균형발전 맞나” 문제 제기도
호남에 조성하는 반도체 생산 거점을 비롯해 충청·영남으로 반도체 공정 거점을 분산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를 두고 국가 산업정책의 축이 전통의 ‘경부축’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울산·동해 등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적어 국토 균형발전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지역 산업정책 전문가들은 30일 산업 거점 정책이 영남에서 호남으로 방향을 튼 점에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호남은 제조, 충청은 패키징 등 후공정, 영남은 소재·부품·장비 등으로 반도체 공정을 나누는 방안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일찌감치 거론됐던 아이디어다. 유재국·김진수·박재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4월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수도권에 모든 라인을 집중하기보다 이미 인프라를 갖춘 지역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수도권 집중 완화’와 ‘제조 인력의 지역 유입’이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제안했다.
수도권 공정 집중으로 전력·용수를 비수도권에서 끌어오며 발생하는 비용·불확실성 등을 극복하면서, 그간 균형발전 논의 중 주요 과제로 꼽힌 비수도권 인재 유치 기반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의 ‘네트워크형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특히 호남 제조 거점에 800조원이라는 가장 큰 금액이 투자되는 점을 두고 전향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거제·울산 등 중공업 지역 연구자인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 이후 이 정도로 투자 규모가 큰 산업정책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최대 투자처가) 경부축을 벗어났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양 교수는 광주~대구 달빛철도 건설, 부산~목포 고속철도(KTX) 건설 추진 등 동서 연결망이 강화되고 있어 “(지역으로 거점을 분산해도) 산업 인프라가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산단 조성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속도전을 강조하지만, 공장 가동 등 균형발전 효과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인허가·보상·설계 동시 진행 등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면 공장을 가동하는 데 기존 10년에서 5년 안팎으로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부가 2023년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예타 면제 등 수단을 동원했지만, 8년 만인 2031년에야 용지 조성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 건설과 가동은 그다음이란 점에서 정부 목표는 비현실적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핵심 인력의 지역 정착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인은 그나마 대형 병원과 교육 인프라 등 신도시와 같은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지역에선 그만한 인프라를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핵심 연구·개발 인력이 비수도권 이주를 꺼리는 경향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울산·동해·세종 등에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해선 균형발전이 맞는지 근본적 의문도 제기된다. AI 데이터센터는 소음·수자원 고갈 같은 각종 환경 문제로 지역에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은 큰데, 정작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지 않아서다. 실제로 이 때문에 미국 지역에선 데이터센터가 건립되지 못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미국에선 데이터센터가 많은 전력과 물을 소비하고 진동·소음을 발생시키면서 광범위한 반대운동이 일어났다”며 “그럼에도 제조업처럼 수천~수만명 고용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시설 유지·관리 등 100~200명을 고용하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