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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 27일 미국 뉴욕 맨해튼 워싱턴스퀘어파크에는 다소 낯선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탈모는 개인의 고민을 넘어 사회 이슈가 됐습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국민 토론회를 추진했다가 여론 반발 속에 일정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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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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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에서 “대머리는 아름다워” 외친 사람들···우리는 왜 탈모를 부끄러워하게 됐을까

입력 2026.07.01 06:00

수정 2026.07.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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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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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에 울고 웃고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워싱턴스퀘어파크에는 다소 낯선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대머리는 아름답다(Bald is beautiful)!”

비가 내리는 공원에 모인 건 200명이 넘는 ‘탈모인’.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여성도 있었고, 암 투병으로 머리카락이 빠진 어린이도 함께했습니다. 평소 외출할 때 모자를 쓰던 사람들은 이날만큼은 모자를 벗고 나왔습니다. 어떤 참가자는 현장에서 직접 머리를 밀었습니다.

이들은 민머리를 맞대며 인사를 나누고, ‘대머리 유명인사’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래퍼 핏불 닮은꼴 대회를 열었습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대머리를 상징하는 기념 티셔츠도 판매됐고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머리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해방감’이 묻어났습니다.

NYC Bald Meetup

올해 처음 공식 개최된 ‘대머리 모임(Bald Meet-Up)’을 기획한 프리랜서 영상 제작자 저스틴 브래드퍼드(31)는 스물네 살 무렵부터 탈모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는 “탈모증이 있든, 항암 중이든, 그냥 민머리가 좋든, 머리카락이 없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우리 모두 ‘대머리’라는 같은 여정을 걷고 있다”며 “사람들은 대머리를 일종의 불운처럼 생각하지만 이렇게 함께 모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뉴저지에서 온 참가자 니나 월(25)은 현장에서 직접 삭발을 했습니다. 참가자들의 환호 속에서 머리를 민 그는 “머리카락은 그저 머리카락일 뿐”이라며 “내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열린 제1회 ‘대머리 모임(Bald Meet-Up)’에서 참가자 니나 월이 머리를 밀고 있다. Only Balds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열린 제1회 ‘대머리 모임(Bald Meet-Up)’에서 참가자 니나 월이 머리를 밀고 있다. Only Balds 인스타그램 갈무리

행사에는 탈모인이 아닌 들도 참여해 지지를 보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대머리 가발을 쓰고 참석해 “주변 사람이 탈모를 겪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왜 우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때로는 자신의 가치까지 의심하게 되는 걸까요.

머리카락에 부여된 사회적 가치

풍성한 머리는 젊음과 건강, 활력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반대로 탈모는 노화와 스트레스, 질병의 이미지와 연결되며 사회적 평가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탈모는 개인의 고민을 넘어 사회 이슈가 됐습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국민 토론회를 추진했다가 여론 반발 속에 일정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탈모약 처방 환자는 2021년 약 80만명에서 지난해 131만명으로 6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일부 결혼정보업체는 심한 탈모 여부를 회원 심사 기준에 반영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탈모가 심한데 면접에 불리할까” 걱정하는 글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탈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거대한 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탈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튀르키예는 세계 최대의 모발이식 관광 국가로 꼽힙니다. 최신 모발이식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한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덕분에 매년 수십만 명이 중동과 유럽 등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찾습니다.

Turkish Hairlines | Hair Transplant Turkey #hairtransplant #hairtransplantturkey

대중문화 역시 이러한 인식을 끊임없이 재생산합니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의 영화 <토이스토리 5>에서는 1995년 첫 작품에서 풍성한 머리카락을 자랑하던 주인공 앤디는 중년이 되어 정수리가 훤히 벗겨진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극 중에서 앤디는 “너 머리 벗겨져서 늙어 보인다잖아”라며 놀림당하기도 합니다.

인종이나 장애, 성별을 희화화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지만, 탈모를 놀리는 문화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토이스토리 5 예고영상 갈무리. 디즈니 코리아 유튜브

토이스토리 5 예고영상 갈무리. 디즈니 코리아 유튜브

탈모가 수치가 되는 이유

탈모는 유전과 호르몬, 자가면역질환, 스트레스 등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탈모를 조롱하는 일이 폭력이 되는 이유는 특정한 외모를 우월하고 다른 외모는 열등하다고 평가하는 문화 자체가 이미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고용심판원은 2022년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대머리”라는 조롱을 당한 남성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를 ‘성희롱’으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탈모는 남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이므로, 이를 조롱하는 것은 성별과 관련된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머리, 결함이 아니라 정체성”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제1회 ‘대머리 모임(Bald Meet-Up)’에서 참가자들이 머리를 맞대고인사하고 있다. 저스틴브래드퍼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제1회 ‘대머리 모임(Bald Meet-Up)’에서 참가자들이 머리를 맞대고인사하고 있다. 저스틴브래드퍼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국에서는 남성형 탈모가 50세 이전 남성의 절반 가까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탈모는 자존감 저하와 불안, 우울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그러나 이날 참가자들은 “대머리는 숨겨야 할 결함이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라고 외쳤습니다.

이런 문화는 인터넷과 만나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회원 수 100만명이 넘는 커뮤니티 ‘레딧’의 탈모 게시판에서는 삭발 전후 사진을 올리며 서로를 응원합니다. ‘인생 최대의 고민’을 밈으로 바꾸고 서로를 응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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