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사실들): 호남에 ‘800조’ 반도체공장
선(맥락들): 포인트는 ‘균형발전’
면(관점들): ‘빨리’만큼 중요한 ‘멀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큰 거’ 왔습니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무려 1500조원 규모의 반도체·AI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투자 지역은 호남권과 충청권, 영남권으로 모두 비수도권입니다.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납니다.
뜻은 좋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좋은 뜻이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겠죠. 그러려면 챙겨야 할 게 많습니다. 무엇보다 노동과 환경이라는 ‘근간’이 탄탄해야 합니다. 왜 그런지 천천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점(사실들): 호남에 ‘800조’ 반도체공장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1500조원의 기업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비수도권에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AIDC) 등 초대형 인프라를 건설한다는 내용입니다.
호남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투자해 4기의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등 인프라를 건설합니다. 충청권에는 392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거점과 AIDC를 만듭니다. 영남권에는 270조원을 투입해 피지컬 AI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거점, AIDC를 조성합니다. 인재들이 거주할 만한 ‘기업형첨단도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선(맥락들): 포인트는 ‘균형발전’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지역균형발전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는 투자입니다. 그동안 반도체 생산 거점은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었죠. 반도체·AI 산업이 성장할수록 불균형은 더 커지는 구조였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1분기 전국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 통계를 보면, 반도체 소재·부품 생산시설을 보유한 다른 권역은 GRDP가 2.0~5.2% 성장한 반면 호남권은 0.0%에 그쳤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투자가 “정치 개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호남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건 정치적 결정이자 특혜라는 취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호남은 배제와 차별로 그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다른 지역들과)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을 비교하면 새 발의 피”라고 반박했고요.
정부는 사업성 고려 없이 지역균형발전 하나만 바라보고 투자를 결정한 건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땅값과 전기·용수 등 대책을 충분히 마련했다는 겁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정부가 용수 공급을 확인하지 않고 발표할 정도로 실력이 없진 않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용수·전력·땅값·인력을 다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다만 정부의 용수 공급 방안이 충분한지를 두고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면(관점들): ‘빨리’만큼 중요한 ‘멀리’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가 옳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입니다. 핵심은 이 메가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인데,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우선 원청 대기업과 현지 하청·협력사의 상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지역 경제의 생명력은 결국 현지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달렸습니다. 대기업이 현지 하청·협력사를 착취하는 구조가 자리잡으면 해당 지역은 계속 가난해지고, 지역의 이윤을 빨아들인 수도권만 살찌는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
조선업이 그랬습니다. 오랜 불황을 끝내고 다시 호황이 찾아왔는데, 정작 대형 조선소가 몰려 있는 경남 거제시의 경기는 침체돼 있습니다. 생산 대부분을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이 불황 시기의 저임금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소는 돈을 버는데 지역 주민들은 ‘쓸 돈’이 없는 거죠. 지역 공급망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환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AIDC는 엄청난 발열과 전기 사용량으로 기후변화를 가속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요. AIDC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지 않는 과불화화합물을 배출한다는 것도 도마에 올랐고요.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화력 등을 조화롭게 믹스하겠다”고 밝혔지만 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각종 평가·인허가 단축 등을 통해 조성기간을 크게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내야 하는 건 맞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노동과 환경 같은 ‘기초’도 탄탄히 닦아야겠습니다. 신발 끈을 제대로 묶지 않으면, 빨리 달려가려다가 더 늦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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