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 3 의견···“수정헌법 위배” 판단
활동가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대법원 밖에서 ‘출생 시민권’ 판결을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6대 3 의견으로 출생시민권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유지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을 대표해 작성한 판결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시민권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권리를 갖기 위한 권리’, 즉 우리 정치 공동체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라면서 “수정헌법 14조를 제정한 선조들은 그 약속을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반대 의견서에서 수정헌법 14조는 “해방된 흑인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대법원이 수정헌법 14조의 슬픈 역사에 또 한 페이지를 더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보수 6, 진보 3의 보수 우위 구도이지만, 이번 판결에선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뿐 아니라 보수 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헌법상 출생시민권을 인정했다.
보수 성향인 토머스, 닐 고서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역시 보수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해당 아동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현행 연방법을 이유로 다수 의견에 동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20일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 불법·임시 체류하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자녀에게는 출생 시민권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22개 주와 워싱턴은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 2심 법원은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그 효력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출생시민권 금지를 시행하는 주는 현재까지 없었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 채택된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은 모두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한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임시 체류하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도 미국 영토 안에서 출생하면 미국 시민권을 자동 취득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민권의 애초 취지가 남북전쟁 직후 흑인 노예와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지, 미국에서 원정 출산을 하는 중국 부유층이나 불법 체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1일 대법원 변론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해 대법원을 압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