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수출이 사상 최초로 월 1000억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1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수출이 지난달 사상 첫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연간 1조달러 수출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1964년 처음으로 연 1억달러를 돌파한 수출은 60여년 만에 1만배로 늘어났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은 수출을 원동력으로 고도성장하며 이제는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 중동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도 경이적인 수출 실적을 낸 것은 더욱 고무적이다.
산업통상부는 1일 지난 6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70.9% 급증한 1022억5000만달러로 월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독일·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다. 월 수출액은 지난해 6월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13개월 연속 월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한 4967억달러로 역대 최대다. 하반기에도 현재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수출액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세계 4위권 수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수출 호황의 주역은 반도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며 6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99.5% 폭증한 44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2.6% 늘어난 1924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1734억달러)을 반년 만에 넘어섰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의 ‘대박’에는 리스크도 있다. 6월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 단일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43.8%에 달한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거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 수출 전체가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앞둔 지금 한국 경제는 축배를 들기보다 수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찾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제2·제3의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신산업을 육성하고,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특히 수출 대기업의 호황 뒤에 고환율·고물가와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숨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출로 쌓이는 부가 우리 경제 전체에 골고루 흘러들도록 하기 위한 창의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반도체 초과이익에 대한 사회적 배분 논의가 실질적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