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로 훼손된 손에 타투로 손톱이 그려진 모습. 전태일의료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이 재판은 20만명의 대한민국 타투이스트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되찾는 재판이고, 타투를 가지고 있는 1300만명의 국민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되찾게 되는 재판입니다.” 의료인이 아닌데도 의료행위인 문신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세계적 타투이스트 도이(활동명)가 2021년 5월28일 서울북부지법 법정에서 한 최후진술이다. 캔버스 대신 사람의 신체에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만으로 예술인들이 범법자가 되는 현실을 바꿔달라는 호소였다. 하지만 1심 법원의 답변은 ‘벌금 500만원’이었다. 2심에서도 유죄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종심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로 34년 만에 판례를 바꾼 걸 반영한 것이다. 대법원은 타투를 ‘신체를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이라며 시대 변화를 인정했다.
타투는 개성 표현의 수단을 넘어 위로와 치유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가 올해 시작한 ‘그린 손가락’ 프로젝트는 산재로 잘린 노동자의 손끝에 손톱을 무료로 그려주는 사업이다. ‘그린’은 안전을 상징하는 ‘초록(Green)’과 잃어버린 손톱을 ‘그리다(Draw)’는 뜻을 모두 담고 있다. 도이가 위원장을 맡은 타투유니온 소속 전문가들이 작업에 참여한다. 손톱 주변의 음영과 주름을 표현해 실제 손톱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2021년부터 손톱 타투를 해온 도이는 “산재 노동자에게 손톱 타투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하는 상징”이라고 했다. 산재를 당한 뒤 남들에게 손을 내보이기 꺼려왔던 노동자들이 ‘되살아난 손톱’에 감격해 눈물을 쏟기도 한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에 따르면 산재로 매년 1만개의 손이 손상된다. 지난 4월10일에도 상미당홀딩스(옛 SPC그룹) 관계사인 삼립 시화공장에서 노동자 2명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린 손가락’이 필요 없는 일터 문화가 뿌리내리기 전까지 손톱 타투가 산재 노동자들의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